'갑질·불가리스 파문'으로 막내린 남양유업 60년 홍씨일가 체제

2013년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으로 '비도덕적 기업' 낙인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로 대국민사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남양유업(003920)의 60년 오너경영 체제가 끝났다. 지난 1월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변경된 데 이어 29일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회가 한앤코 측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남양유업의 오너경영 체제는 이날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남양유업 오너경영 체제의 몰락은 대리점 갑질, 불가리스 사태와 홍원식 전 회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다.

남양유업은 1964년 홍 전 회장의 부친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창업했다.

남양유업은 설립 후 우유사업보다 분유사업에 먼저 뛰어들었다. 1970년대 '우량아 선발대회'의 주관사로 인지도를 높였고, 한때는 서울우유에 이어 유업계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1980년대 '3.4 우유'가 인기를 끌었고, 1990년대 중반 '아인슈타인' 우유, 이후 '맛있는 우유 GT'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3년 홍 전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2005년에는 산양분유 사업에 진출했지만, 2006년 남양유업 산양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되면서 당시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을 모두 회수하기도 했다.

이후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으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남양유업이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은 비도덕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전 인사하고 있다. 2021.5.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에는 '불가리스 파동'이 발생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세미나 내용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질병관리청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불가리스 판매량은 급증했고, 남양유업의 주가는 8%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발표는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고 '세포단계' 실험 결과만을 과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남양유업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과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처분과 고발,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 등 '삼중고'를 겪었다

사태가 확산하자 홍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불가리스 사태뿐만 아니라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대리점 갑질 등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지분 인수에 나섰고, 2021년 7월 임시 주총을 열어 경영권 이전, 주식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주총에 불한 참고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하면서 3년간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 1월 한앤코가 홍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남양유업 주식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달 30일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는 홍 전 회장 외 3인에서 한앤코19호 유한회사로 변경됐고, 29일 주총에서 한앤코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사 신규 선임 건이 의결되면서 60년 오너경영 체제는 종료됐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