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주총장까지 파고든 'C커머스'…대응엔 '온도차'
e커머스 부진 이마트 "경영 쇄신"…현대 "전쟁 피해야"
롯데百 직접경쟁 아니지만 롯데온 영향권…수수료 일부 내려
- 서미선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비롯한 중국 e커머스의 급성장에 유통가 주주총회에서도 이른바 'C커머스'의 국내 공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업체별로 대응엔 온도차가 있었다.
산하 e커머스를 비롯해 실적 부진에 직면한 이마트(139480)는 '제2의 창업'까지 언급하며 경영 쇄신 의지를 강조했으나, 오프라인 백화점 등이 주축인 현대지에프홀딩스(005440)는 "전쟁은 피하는 게 좋다"며 다소 거리를 뒀다.
롯데쇼핑(023530)의 경우 직접 경쟁 관계라고 보기 어려운 백화점 부문과 e커머스 사업부로 C커머스의 영향권에 있는 롯데온을 모두 갖고 있어 계열사별로 대응 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28일 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는 중국발 e커머스 영향을 비롯 영업환경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의장을 맡은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새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경영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경영 성과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가 이처럼 쇄신을 통해 정면돌파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엔 지난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맞닥뜨린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창사 31년 만에 처음 전사적 희망퇴직도 단행한다.
이마트는 온라인 채널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 이후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회사'를 내세우며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섰지만 현재 SSG닷컴과 G마켓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여기다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까지 위협을 더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월 알리 이용자 수는 쿠팡에 이은 2위, 테무는 G마켓을 넘은 4위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장호진 대표는 28일 정기 주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C커머스의 공세에 관해 "무조건 붙어야 하나"라며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잘하는 건 오프라인 백화점, 아웃렛 사업"이라며 "축구에서도 빈 공간이 있다면 그쪽으로 공을 몰고 가면 되는데 상대 선수가 있는 곳으로 찔러줘서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알리·테무와 직접적 경쟁 관계가 아닌 만큼 불필요한 출혈 경쟁 대신 기존 유통 사업에서의 공간 경쟁력 강화에 나선단 취지다.
롯데쇼핑은 26일 정기 주총에서 C커머스와 관련한 직접적 질의가 나오진 않았다. 다만 어려운 영업환경에 대한 우려에 김상현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부회장이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가는 환경이나 내실을 기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백화점과 e커머스 사업부를 모두 갖고 있어 계열사별 대응에 차이가 있다. 백화점 사업부는 C커머스와 직접적 경쟁 관계가 아니라 막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다.
다만 롯데온은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어 C커머스의 급성장에 따른 직간접 영향권에 있다. 이달 들어 롯데온이 일부 셀러 판매 수수료를 인하하며 우수 셀러 확보에 나선 것도 대응책 중 하나로 꼽힌다. 알리는 최근 6월까지 국내몰 'K베뉴' 입점사 수수료 면제 정책을 지속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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