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와인의 몸부림…"용량 줄이고·무거운 병 버리고"

지난해 전년보다 560% 매출 증가한 반병 와인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와인들이 진열돼 있다. 2023.2.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위스키, 하이볼 등에 밀려 인기가 한풀 꺾인 와인이 생존을 위해 변신하고 있다.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무거운 병 대신 캔 또는 전용 와인잔 등으로 옷도 갈아입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에서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위스키 소비량이 늘고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7만 6575톤에서 2023년 5만 6542톤으로 26.2% 감소했다. 반면 위스키 수입량은 같은 기간 1만 5661톤에서 3만 586톤으로 95.3%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와인의 인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한 대형마트의 지난해 와인 매출은 전년보다 9% 감소했지만, 위스키 매출은 같은 기간 15% 상승했다.

와인 업계는 와인 소비가 감소하는 원인으로 '용량'에 주목했다. 통상 와인은 750mL 병으로 출시되는데 한 번 개봉하면 산화가 진행돼 보관이 어려운 데다, 용량이 커 '혼술'을 즐기기 부담스럽다.

편의점 CU의 '반병 레드와인'(360mL)은 소주병에 와인을 병입해 기존 와인 대비 용량과 가격을 대폭 낮췄다. 2022년 9월 출시한 반병 레드 와인은 지난해 말까지 110만 병 이상 판매됐고, CU의 와인 카테고리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반병 와인을 구매한 고객의 67.3%는 20·30대 소비자로 CU는 반병 와인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자 지난 1월 화이트 와인 '아이보리베이'(375mL)를 반병 레드와인과 같은 가격에 출시했다. 이 상품도 출시 초기인 1월 대비 매출 신장률이 19.8%에 달한다.

편의점 GS25가 판매하는 저용량 와인 매출도 급상승했다.

'1865 까베르네쇼비뇽' 375mL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5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버니니클래식(330mL)은 427.3%, 버니니블러쉬(330mL)는 314.2%, 몬테스알파(까베르네쇼비뇽, 375mL)는 200.0%, 몬테스클래식(까베르네쇼비뇽, 375mL)은 130.0% 매출이 늘었다.

캔 또는 전용 와인잔에 담긴 제품도 인기다. 오비맥주는 미국의 스파클링 캔 와인 브랜드 '베이브'를 수입해 편의점에 유통하고 있고, 신세계L&B도 스파클링 캔 와인 '바로크 버블리 화이트'를 출시했다.

호주의 컵 와인 브랜드 '와인 인 어 블라스'는 프랑스산 'Food Grade PET'로 만든 와인잔에 1잔(187mL) 용량 와인을 담아 판매하는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신세계백화점, 세븐일레븐, 코스트코 등 2000여 개 이상 소매판매점에서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와인의 절반 수준인 저용량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기존 750mL 용량의 와인은 용량과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저용량 와인은 기존 와인의 절반 수준이라 고객들이 부담 없이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