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험 지역도 '무료 로켓배송'…'쿠팡 인프라'로 인구 감소 막는다
인구감소지역 70% '쿠세권' 편입…"저출산 문제 해소"
신규 '로켓 인프라'로 물류망 고용 증대 효과까지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 경남 거창군에서 10개월 아기를 키우는 자영업자 최모(32) 씨 집 주변엔 대형마트가 없다. 배송기간이 느리다 보니 물건이 동나기 1~2주 전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미리 주문한다.
한달에 한번 차로 50분 거리의 대구 대형마트에서 한달치 냉장·냉동 식품을 산다. 아이를 가진 부모가 적은 지역이다 보니 육아용품을 파는 상점도 적고 중고거래도 활발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이에게 꼭 맞는 기저귀 사이즈를 고르기 위해 거창에 있는 마트를 2시간동안 찾다가 대도시로 이사가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쿠팡이 전국에 로켓배송을 진출한다는 소식에 신난다"고 했다.
◇쿠팡, 인구감소지역 70%에 로켓 쏜다…지방 소멸 '최후전선' 대부분 진출
쿠팡이 27일 전국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 로켓배송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경상도·전라도·충청도·강원도 등지의 인구감소 지역 70%가 쿠팡의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전국 풀필먼트센터 확장과 배송네트워크 등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현재 182개 시군구에서 전국 230여 개 시군구(5000만 명 이상)로 쿠세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국내 물류 인프라 확보에 6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쿠세권을 확대했는데, 추가 신규 투자로 전국을 모두 로켓배송 권역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앞으로 3년간 쿠세권으로 편입되는 곳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의 70%(60곳 이상)에 육박한다. 현재는 약 17곳에 로켓배송을 시행하고 있지만 3년 안에 최소 43곳 이상 늘어난다.
경북 봉화군, 전남 고흥·보성, 경북 의성·영양·청송, 경남 합천 등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지역부터 전남 구례·곡성, 전북 진안·장수·임실·순창, 경북 영양, 대구 군위 등 지방소멸의 마지노선으로 뽑히는 '인구 3만 명'이 붕괴된 지역들도 확장 대상에 포함된다.
경남 거창·남해·하동, 전남 화순·함평, 충북 괴산·단양, 충남 청양, 강원 철원 등도 시행한다.
충남 단양군은 '우리 아기가 태어났다'는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걸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지역이다. 경북 의성군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4.7%로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고령인구보다 훨씬 적어 지난해 인구 5만명 선이 무너졌다. 거창군도 최근 인구 6만 명 선이 붕괴됐다.
쿠팡이 진출 예정인 전남 영광군(0.72명), 합천(0.64명), 남해(0.66명) 등 여러 인구감소지역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0.72)을 하회하는 지역도 많다.
저출산과 고령화 직격탄을 맞은 이들 지역은 로켓배송으로 생활 편의를 크게 높일 전망이다.
실제로 쿠팡이 진출한 제주도나 강원도 삼척, 전남 여수 등 여러 지방 지역에는 로켓배송 사용자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무제한 무료 로켓·당일배송과 반품, 상품 할인 등이 가능한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 기저귀나 생활필수품, 식료품을 사는 가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의 출산율이 극도로 떨어지면서 지역의 신생아 탄생이 뉴스로 다뤄지는 시대에 기저귀나 생활필수품을 주문 당일 또는 다음날 구할 수 있는 로켓배송이 지방의 거주 매력도를 높이는 '사회적 인프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 총력전 벌이는 인구감소 지역에 '로켓 인프라'…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듯
쿠팡이 진출한 대부분 인구감소 지역들은 정부와 주요 지자체가 발벗고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는 곳들이다.
쇼핑 인프라가 부족한 인구감소 지역에 로켓배송이 생기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쿠팡이 수백만 개 이상 로켓배송 상품을 보유한 만큼 지방 도서·산간 지역에서도 앞으로 일상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쉽게 물건을 구하고 무료 로켓배송과 반품을 이용해 장보기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도서·산간 지역 추가 배송비(3000~5000원), 반품비(4000~5000원) 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지방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는 관측이다.
물류망 투자 확대에 따른 고용 증대 효과도 예상된다. 쿠팡과 쿠팡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지난 1월 말 기준 7만137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비서울 지역의 물류센터 인원만 5만2798명에 달한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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