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정부 물가 안정 노력에"…식품업계, 가격인상 러시 '숨 고르기'
작황 부진 겪은 과일·채소만 상승세…라면·제과 지난해 실적 '고공행진'
"물가 아직 울퉁불퉁한 상황"…한달여 남은 총선도 부담
- 이형진 기자,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윤수희 기자 = 지속되던 먹거리 가격 인상 흐름이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의 호실적이 이어졌고,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4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둔 것도 추가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A사는 다음 달 부로 랩노쉬프로틴드링크 4종의 가격만 300원 올린 35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돌(Dole)의 소포장 컵 과일 가격도 제품별로 300~1000원 인상된다.
이번 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노지 밀감' 가격이 전달 대비 2배가량 크게 올랐고, 안주류는 1000원 안팎의 인상을 단행한 것과는 달리 3월에는 인상 폭과 품목 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기록적인 흉년을 겪었던 과일·채소를 중심으로만 가격을 올린 모습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지난해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호실적을 기록해 가격 인상의 동력을 다소 잃었다. 국내 라면 '빅3'로 평가되는 농심(004370)과 삼양식품(003230), 오뚜기(007310)는 모두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과·빙과 업계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농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89.1%가 뛰어올랐고, 빙그레(005180)는 1123억원의 영업이익(전년 대비 185.2%↑)으로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거뒀다. 롯데웰푸드(280360)·크라운제과·오리온(271560) 등도 적지 않은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정부의 가격 안정 노력도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권고에 따라 라면 업계는 일제히 가격 인하를 실시한 바 있다.
최상목 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22일 물가안정 관련 경제현안 관계 장관 간담회를 열었고, 정부는 이후 수입산 과일·고등어 등에 대한 관세 인하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향후 물가 상승세와 관련해 "기조적으로는 둔화할 전망이나 물가 안정 과정에서 '범피 로드'(bumpy road), 울퉁불퉁하게 포장되지 않은 길을 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4월 10일 총선을 한 달여 앞둔 것도 업계에서는 부담이다. 부총리까지 나서서 물가 안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영향을 주는 가격 인상을 추가로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가격 인상을 하더라도 당장 한두 달은 숨 고르기를 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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