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리·테무 분석이 먼저"…정부, 글로벌 e커머스 통계 구축한다

KIET, 연구용역 발주…디지털 통상정책 토대 마련
"국내 이커머스 역차별 막고, 수출입기업 보호 목적"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국내 유통업계에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익 보호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종전 e커머스 수입과 수출 통계는 관세청, 통계청에서 각각 제공됐다. 이와 별개로 정부가 △국가별 △기업 규모별 △품목별 등에 대한 다양한 심층적 분석이 더해진 국경 간 e커머스 통계 구축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선 효과적인 디지털 통상정책을 수립하려면 각종 정책 분석의 바탕이 되는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e커머스 플랫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 통상전략실은 '한국의 국경 간 e커머스 수출입 통계분석 및 전자상거래 수출 활성화 방안 수립 연구' 용역 과제를 이달 중순 발주했다.

산업연구원은 제안요청서를 통해 "디지털 무역의 확대 및 국익에 부합하는 디지털 통상정책의 수립을 위해서는 국내외 관련 정책 및 제도 등의 영향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분석의 토대가 되는 인프라가 디지털 무역 통계"라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무역 통계에 대해 국제기구에서 논의와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국제적 확립된 통계 기준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고 국내에도 관련 통계가 없다"며 "국경 간 e커머스에 대해서는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관련 통계가 존재하면 정책적 함의를 찾을 수 있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e커머스 무역통계를 활용해 다양한 측면에서 e커머스 수출입 현황과 중장기적인 변동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디지털 통상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만한 연구가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기존 국내 수출입 통계 작성 및 분석은 관세청과 통계청이 전담했다. 새롭게 추진하는 e커머스 무역 통계의 경우 △국가별 △품목별 △기업규모별 △거래구분별 다양한 정보를 연계한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227조 원에 달할 만큼 커진 상황에서 최근 국내 소비자가 해외 플랫폼에서 상품을 바로 구입하는 이른바 '해외 직구'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6조75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 지역별로 중국이 3조287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21% 폭증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1위 대상국이었던 미국을 끌어내리고 중국이 선두에 오른 것은 알리, 테무 같은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직진출의 영향이 크다.

아이지에이웍스의 앱 사용량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쇼핑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조사에서 알리가 560만 명, 테무가 459만 명을 기록하며 각각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알리는 2023년 2월 263만 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테무는 2023년 5월 6600여 명에 불과했던 이용자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이용자가 690배 이상 커졌다.

문제는 이처럼 중국계 직구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이란 이유로 정부의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심층적인 분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알리, 테무가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도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직구 플랫폼은 제품 안전인증 의무에서 자유롭고 각종 관부가세 등을 내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경쟁 과정에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업계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울러 국내외 유명 브랜드 지식재산권을 무단으로 카피하거나 복제한 '짝퉁' 제품을 팔아서 브랜드 본사와 소비자들에게도 큰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지마켓, 쿠팡, 11번가, 쓱닷컴 등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을 불러 대응 방안과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정부와의 간담회에 나선 업체들은 모두 종합몰이지만 궁극적으로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이 패션, 홈리빙, 식음료 등 전문몰 영역도 침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해외 직구 카테고리별 구매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의류와 패션 관련 상품은 전년 대비 43.5% 증가했고 스포츠, 레저용품도 65.5% 늘었다. 국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같은 패션 플랫폼들도 직·간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변화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정책적 함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전자상거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수출기업 관점에서 정책적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