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어도 햇반 잘 팔려"…환승 마친 CJ제일제당, 쿠팡과 결별은 지속

햇반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솥반 판매·유통 다각화' 등 성공 영향
LG생건-쿠팡 화해에도 CJ제일제당은 평행선…"당분간 가능성 없어"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2022년 말 시작된 CJ제일제당(097950)과 쿠팡의 '결별'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쿠팡은 중소업체들 상품을 확대하며 CJ제일제당 지우기를 계속하고 있고, CJ제일제당 역시 쿠팡 외 채널을 확대하며 대표 제품 '햇반'의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각각 e커머스와 제조사를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존심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은 지난해 전체(국내+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4.3% 증가한 8503억원(소비자가 환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쿠팡과 결별의 영향이 큰 국내 매출에서도 전년 대비 1.4%가 늘었고, 해외 매출은 21%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시장 지배자 위치를 유지했다. 햇반의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은 6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p(포인트) 늘었고,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수치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11월 쿠팡과 납품단가 협상이 결렬된 후 현재도 상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갈등의 불씨가 됐던 햇반 실적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햇반 실적은 국내와 해외 모두 신장했다.

CJ제일제당은 이같은 성장세 원인으로 곤약밥·솥반 등을 내세운 웰니스 트렌드, 쿠팡 외의 채널을 연대한 유통 다각화, 글로벌 매출 견인 등을 꼽았다. 브랜드 파워와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 '쿠팡 없이도' 잘 팔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곤약밥과 솥반을 앞세운 웰니스 카테고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네이버의 햇반 거래액도 3배가 늘었고, 컬리와 함께 출시한 제품은 3주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이외에도 신세계 유통3사(이마트·SSG닷컴·G마켓), 배달의 민족 등의 다양한 채널을 활용했고, 자사몰 CJ더마켓의 매출도 79% 늘었다.

햇반 연간 매출 추이(CJ제일제당 제공)

앞서 CJ제일제당처럼 쿠팡과 갈등을 벌여왔던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달 갈등을 끝내고 거래를 재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 역시 화해 무드로 갈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왔지만, 이처럼 CJ제일제당이 이례적으로 햇반 브랜드 하나에 대한 매출 실적을 발표한 것은 쿠팡과 평행선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쿠팡 역시 자사 제품(PB)이나 CJ제일제당의 경쟁 브랜드 즉석밥 제품을 카테고리에 채워 넣었고, 햇반이 빠지면서 이들의 매출 또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적으로 완전 결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지금의 상황은 당분간은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다만 지속되는 갈등 상황은 양측에 마냥 유리하기만 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통 채널의 다각화는 그만큼 판매와 관리에 비용이 수반된다. 쿠팡 측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의 부재는 뼈아프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서로에게 좋은 상대일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갈등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양쪽 모두 아쉬운 측면이 조금씩은 있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