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공습②]'극초저가' 공세, 격변기 맞은 국내 e커머스

1300원 청바지 무료배송…비상식적 가격에 대응 어려워
국내업체 역차별, 산업기반 잠식 우려…e커머스간 온도차도

편집자주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이른바 '쩐해전술'로 글로벌 e커머스 시장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을 필두로 한 중국 e커머스 공습의 주요 무대다. 이들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국내 e커머스 업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내 유통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e커머스 업체의 국내 진출이 유통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을 살펴본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사업 총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여성 데님 반바지 1300원, 무료 배송, 무료 반품'.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가 '극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가격으로는 대항이 어려운 국내 e커머스는 국내 판매자 역차별과 함께 중소상인 붕괴, 나아가 시장질서 교란을 우려한다. 다만 아직 알리와 테무의 강점이 저가 공산품에 있어 업체별로 온도차도 감지된다.

◇국내 판매자 '역차별' 지적 계속

20일 데이터 기반 기업·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앱 사용자 수는 1년 새 2배 넘게 늘어 1월 717만 명으로 집계됐다. 테무는 지난해 8월 52만 명에서 올 1월 571만 명으로 약 11배 뛰었다.

국내 1위인 쿠팡(2982만 명)은 밑돌지만 알리는 2위 11번가(759만 명), 테무는 3위 G마켓(583만 명)을 따라붙고 있다.

중국 e커머스 경쟁력은 '염가'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중국산 저가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무료배송, 무료반품도 소비자 유인 요소다.

국내 e커머스 업계는 '있을 수 없는 가격'엔 대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쇼핑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은 가격"이라며 "500원, 1000원 싸면 견줘볼 만한데 상식적이지 않은 가격으로 공세를 펴니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 e커머스는 관세와 부가세, 안전인증(KC) 비용 등을 부담하지 않아 국내 판매자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K-베뉴(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셀러 조직 붕괴 우려

알리가 LG생활건강 등 한국 브랜드 상품을 모은 'K-베뉴' 입점업체 대상으로 3월 말까지 '수수료 제로' 정책을 펴는 것도 국내 e커머스엔 부정적 요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알리가 국내업체에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기존 입점업체가 굳이 채널을 닫고 이탈하진 않는다"면서도 "아낀 수수료로 제품 할인 등을 알리에서 집중적으로 할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B2B(기업 간 거래) 쇼핑 플랫폼 '1688닷컴' 국내 상륙이 가까워진 것도 국내 e커머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1688닷컴은 도매업자 대상이라 소매 중심 알리·테무보다 가격이 더 싸다.

쿠팡과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파는 셀러 상당수는 1688닷컴 등에서 싸게 떼온 물건에 마진을 붙여 국내에 팔아 이익을 남긴다.

1688닷컴이 국내에 진출하면 마진 없이 물건을 판매하게 돼 셀러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 셀러가 붕괴돼 판매 상품이 줄어들면 소비자가 국내 오픈마켓을 찾을 이유도 사라진다.

한편 e커머스 업체별 특성에 따라 '초저가 공습'에 대한 온도차도 감지된다. 최근 판매 영역 확장에 나서곤 있지만 알리, 테무의 현 주력 상품은 저가 공산품이다.

공산품을 많이 파는 오픈마켓엔 영향이 큰 반면 신선식품과 브랜드·명품, 안전 민감도가 높은 유아동 등에 강점이 있는 경우 영향이 제한적이란 얘기다.

이는 곧 국내 e커머스가 나아갈 방향을 시사하기도 한다.

A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공산품에선 최저가를 내세울 수 있지만 국내 고객이 퀄리티 중심으로 판단하는 상품군은 (중국 e커머스에서)안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결국 상품·서비스의 차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