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쿠팡 블랙리스트 보도, 취재윤리 위반"

"문제 일으켜 반응 촬영, '함정취재'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
"쿠팡 반론 '구색맞추기'에 불과해 보일 정도로 빈약"

쿠팡 배송트럭.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쿠팡이 일용직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을 제한했다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MBC 제3노조가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MBC 취재팀이 쿠팡 블랙리스트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물류센터 잠입 취재를 했지만, 현장 직원이 아닌 자신들이 문제를 일으켜 '셀프 몰카'를 하는 등 객관성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보수성향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13일) 뉴스데스크의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보도에 대해 "취재 과정에서 취재윤리 위반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MBC는 관련 3개 보도에서 쿠팡이 '블랙리스트'에 성희롱, 욕설 폭언 등 사유로 수년간 1만6000여명의 이름을 올려 관리했으나 실제로는 왜 일용직 근무 신청이 거부되는지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MBC 취재진은 해당 기사에서 쿠팡 곤지암1센터, 시흥1센터 등 4개 물류센터를 잠입 취재해 의혹 실체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MBC 제3노조는 "쿠팡 물류센터에 일용직 직원으로 투입된 기자들이 보여준 건 쿠팡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일을 잘 못하면 구박을 당하더라' 정도"라며 "문제는 기자들이 쿠팡 직원이 당한 불이익이나 피해를 촬영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을 취재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뉴스에서 기자의 미숙한 일 처리에 관리자로 보이는 직원이 채근하거나 답답해하는 음성이 들리는데, 기자는 '이렇게 일을 못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잖은 시청자들은 '(기자가) 일부러 일을 못 해서 관리자들 화를 돋운 것 아닌가'란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MBC 제3노조는 "무엇보다 기자가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자신들이 직접 문제를 일으키거나 업무를 방해해 놓고 반응을 촬영해 오면 어떻게 객관적 보도라 할 수 있나"라며 "일종의 함정취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MBC 제3노조는 "쿠팡 측 반론은 구색맞추기에 불과해 보일 정도로 빈약했다"며 "MBC는 세 번째 리포트 끝부분에 고작 2문장을 할애했을 뿐으로, (이것이) 실제 쿠팡 측이 해명하고자 하는 내용일까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엔 '쿠팡 측은 문건 존재를 모른다고 했다' '쿠팡 측은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공식 해명했다'는 반론이 실렸다.

MBC 제3노조는 이에 대해 "업체 측 반박 내용이 보도가 아니라 고소장에 실릴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MBC 노조는 다수 노조인 민주노총 계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제1노조)와 보수성향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으로 나뉘어 있다. 제2노조인 MBC공정방송노동조합도 있었으나 2017년 제3노조와 통합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