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식품업계 '기대 반vs걱정 반'

"고객 편의 높아지고 제품 판매 하루라도 늘어 도움"
'마트vs온라인' 경쟁 여파 우려…할인 경쟁 불똥 우려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에 밀키트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2024.1.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식품업계가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안 발표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식품업체들은 주말 판매가 용이해지는 만큼 매출 증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경우 온·오프라인의 경쟁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22일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삭제하는 등의 방안을 밝혔다.

당초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주말 휴무를 의무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실제 전통시장 활성화보다는 평일 쇼핑이 소비자들의 불편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식품업계에서는 일단 환영의 입장이다. 대형마트의 평일 매출이 주말의 50~7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연간 24일의 주말 영업은 매출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 A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물건을 판매하는 날이 하루라도 더 늘어나 제조사 입장에서는 반기는 상황"이라고 봤다.

다만 대형마트의 매출 증대가 식품업계의 실질적인 이익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대형마트가 온라인 시장에 새롭게 들어서면서 기존 e커머스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무휴업 폐지안과 함께 '새벽배송'으로 불리는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했다. 대형마트가 새롭게 진출하는 새벽배송에 각종 프로모션을 붙이면 할인 부담을 제조사에 전가할 수 있다. 매출은 증가하더라도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기존 식품업계의 판매 비중도 이미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뛰어넘은 지 오래됐다.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은 10년이 넘도록 이어졌고,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지나온 탓이다. 대형마트 판매 비중이 늘어나도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산업자원부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통업체 업태별 매출 비중은 온라인이 53.7%로 대형마트 11.4%의 5배 수준에 육박했다. 상품군별로 보면 식품의 매출은 오프라인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4.4%가 늘었지만 온라인 매출은 22%가 늘어 추세 역시 온라인 매출이 강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쇼핑 패턴 자체가 바뀐 상황이지만 e커머스 입장에서는 대형마트라는 또 다른 경쟁 상대가 나타난 것"이라며 "두 업계의 할인 및 가격 경쟁은 제조사의 부담으로 직결 돼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