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 찾자' 바이오로 뛰어드는 식품업계…"안착 여부는 관건"
레켐바이오 인수한 오리온…CJ제일제당·대상 이미 "바이오, 주요 사업"
"기술력 있다면 신성장동력 확보"…조단위 투자·긴 기다림은 장애물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식품업계가 바이오 업계로 사업 영역을 앞다퉈 확장하고 있다. 식품 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고민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소재의 활용, 익숙한 규제 기관 등 확장 가능성은 적지 않다. 다만 바이오 산업의 불안정성을 식품업체들이 안고 갈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271560)은 약 5500억원을 투자해 신약 개발 회사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141080)의 지분 25%를 확보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의 계열사로 편입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오리온은 이미 2020년부터 중국 산둥루캉의약과 합자 회사 계약을 맺는 등 일찌감치 바이오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에선 대장암 체외진단, 국내에선 치과질환 치료제 등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식품업계의 바이오 산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사업의 내용을 식품과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는 회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아미노산·조미소재 등 그린바이오를 주력으로 두고,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화이트바이오(바이오 소재)로 업황을 넓히는 중 이다. 2022년 초 레드바이오 분야의 CJ바이오사이언스를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대상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소개하고 있다. 대상(001680)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084690)는 지난해 말 항진균제 신약 개발 기업 앰틱스바이오와 총 75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대상그룹은 67년간 쌓아온 소재 분야의 자산을 활용해 항노화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바이오 산업 진출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영향이 크다. 식품 산업 시장은 성장이 제한되고, 고령층 증가로 인한 바이오 산업은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 식품 관련 소재를 다룬 경험,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같은 규제 기관을 뒀다는 점은 빠른 적응이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전통적인 식품 산업의 파이가 커지지 않는 다는 점"이라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좋다거나, 유망한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다면 바이오 분야에 진출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오 산업은 투자 비용은 조단위를 넘나들고,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길게는 10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식품 업계가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레고켐바이오 인수 발표 직후 16일 오리온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7.51% 하락한 9만6600원으로 마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투자와 관련해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적 측면의 투자포인트가 희석됐다"며 "이종 사업 투자에 대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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