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새해 전망 '흐림'…한정 수요 속 생존경쟁 치열

파페치 품은 쿠팡, 백화점과도 경쟁…'체험 강화'로 대응
해외진출·원가절감 등 수익성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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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새해에도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성장 정체가 전망되면서 유통가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e커머스 쿠팡이 글로벌 명품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하며 온라인은 물론 백화점 중심 오프라인 명품시장에도 지각변동이 관측된다. 전통 유통공룡들은 온라인엔 없는 '경험 콘텐츠'를 오프라인에 채워넣으며 대응에 나선다.

해외 진출과 공동 소싱을 통한 원가 절감 등으로 수익성에도 사활을 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선 대기업인 롯데가 글로벌 리테일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물류를 강화하며 새 경쟁 국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결과를 보면 새해 소매시장은 전년 대비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과반은 소비심리 위축, 금리인상 및 가계부채 부담 증가, 고물가 지속 등 이유로 새해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새해에도 이어지며 소매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정된 수요를 둘러싼 시장 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창사 뒤 수년간 수조원 적자를 버티며 물류 투자를 지속해온 쿠팡은 본격 수익을 내며 2023년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점쳐진다. 새해에는 본격적으로 전체 유통시장에서의 점유율 높이기에 나설 전망된다.

지난해 12월엔 190여개국에 진출한 파페치를 인수하며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온 패션과 명품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명품 시장은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성장 잠재력이 커 쿠팡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인앤컴퍼니는 글로벌 명품 시장 온라인 비중이 2022년 약 20%에서 2030년 30%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세계 1위 수준이다.

쿠팡은 새 먹거리로 해외사업도 확대 중이다. 2022년 10월 대만 진출 이래 1년간 풀필먼트 센터 2개를 열었고 올 상반기 3번째 센터를 새로 열 예정이다.

쿠팡과 달리 엔데믹 뒤 성장이 둔화한 e커머스는 새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 롯데온은 새 수장으로 마케팅 전문가인 박익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선임했다. 외부인사를 영입해 경쟁력을 높이고 오카도의 물류 솔루션도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신세계(004170)는 G마켓 흑자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새해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와 협의를 이어간다. 오아시스(370190)와 컬리(408480)는 재상장을 위한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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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업자는 쿠팡에 대적할 차별화 요소로 '오프라인 체험'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은 팝업스토어, 대형마트는 리뉴얼, 편의점은 차별화 매장 등을 통해서다.

최근까지 신규점포 출점에 소극적이던 이마트(139480)는 새해 5개 부지를 확보해 출점을 순차 재개하기로 했고 지난달엔 이마트24 신규출점 확대를 위해 1000억원 규모 출자를 단행했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 등 리뉴얼을 지속한다.

마트와 슈퍼 부문 매입을 통합 운영해 그로서리 부문 바잉파워를 키우는 성과를 거둔 롯데쇼핑(023530), GS리테일(007070)의 선례처럼 이마트도 원가 절감을 위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010090)-이마트24 통합 소싱을 준비 중이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부산에 자동화 물류센터를 착공해 2년 뒤 준공을 예정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총 6개 자동화물류센터를 열고 2032년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와 오카도 간 협업이 실행되면 신선식품 배송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과 이마트, 컬리 등이 주력해온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롯데가 가세하면 새 경쟁 국면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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