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롯쿠' 핵심 경쟁지형 부상…'빅 블러' 시대 본격화[결산2023-유통]
고물가에 온·오프라인 경계 무너진 유통가
국내 이커머스 부진 속 대형마트 '본업 집중'
- 이주현 기자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토종 e커머스 업체의 부진으로 '이마롯쿠' 경쟁이 심화됐다. CJ올리브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으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 '빅 블러'(Big Blur)시대도 본격화됐다.
제조사 브랜드(NB)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중국 직구앱 '알리 익스프레스'의 진격과 자체 브랜드(PB)상품 열풍, 익일·새벽배송 확대 움직임이 커졌다.
◇'이마롯쿠' 3대 유통사 경쟁 심화
빠른 배송과 가성비를 앞세운 쿠팡의 빠른 성장세에 유통업계 핵심 경쟁지형이 재편됐다.
'이마롯쿠'(이마트(139480)·롯데·쿠팡)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며 온라인(쿠팡)과 오프라인(이마트·롯데) 업체로 경쟁구도가 고착화 됐다.
올 들어 쿠팡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1~3분기 쿠팡은 20% 내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누적 매출 178억2197만달러(약 23조1767억원)를 기록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4448억원으로 첫 연간 흑자를 앞두고 있다.
같은 기간 신세계(004170)·이마트 합산 매출액은 26조7531억원, 영업이익 4726억원을 거뒀고, 롯데쇼핑(023530)은 누적 매출액 10조9230억원, 누적 영업이익 306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알리 성장세와 토종 e커머스 부진
올해는 알리 익스프레스의 성장과 토종 e커머스 업체들의 부진이 동시에 일어났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짝퉁 논란' 속에서도 10월 월간 사용자수 613만명을 찍으며 지난해 8월 277만명 대비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영향력 확대는 국내 e커머스 시장 잠식으로 이어졌다. 토종 e커머스 업체들의 사용자 수는 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경영을 지속해온 11번가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 GS리테일, 위메프 등도 희망퇴직 등 인건비 절감에 나선 상황이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성장과 함께 중국산 옷, 신발 등 공산품을 수입하는 한국 소상공인에 대한 관세 역차별 논란도 일었다.
◇'쿠팡 연대' vs '탈쿠팡 연대' 심화
쿠팡과 탈쿠팡 연대가 심화된 것도 올해 유통업계의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 제품 '햇반' 납품가를 둘러싼 쿠팡과 CJ제일제당(097950)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납품 중단 사태를 맞았다.
즉석식품 중소기업 판매자로 뭉친 '쿠팡 연대'와 신세계·네이버 등 대기업과 손을 잡고 판로를 확대한 CJ제일제당 주도의 '탈쿠팡 연대' 대결이 펼쳐졌다.
CJ제일제당은 연초부터 네이버(035420), 신세계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과 동시에 자사몰(CJ더마켓) 강화, 배달의 민족 등과 손잡고 쿠팡 외 판로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은 쿠팡 판매 없이 3분기 햇반 매출 14% 성장세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쿠팡은 우수한 품질과 가성비를 가진 중소중견 업체 상품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림(136480)의 '더미식 즉석밥'을 주력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외 대한제분(001130)(98%), 광천우리밀(41.6%), 광천김(49%) 등이 크게 성장했다.
◇온·오프라인 경계 사라진 '빅 블러' 시대 본격화
국내 유통시장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는 '빅 블러' 시대도 본격화 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고 판단한 것이 대표 사례다.
오프라인 H&B 시장만 볼 때 CJ올리브영은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어 수천억의 과징금이 예상됐지만 공정위는 온라인 시장까지 함께 봐야될 여지가 있다며 약 19억원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 시장 전반에 온오프라인 구분이 흐려지는 현상을 정부가 판단한 것"이라며 "유통업계에 빅블러 현상이 뚜렷해 진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체험형 매장 확대 등 '본업 집중'
e커머스 업체의 성장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오프라인 업체에게 위기로 작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업태별 매출 구성비는 온라인(51.9%)이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을 합친 비중(45.5%)보다 높았다. 1년 간 온라인이 2.8% 늘고, 오프라인 비중은 2.8% 감소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기존 점포를 '체험형 매장'으로 리뉴얼 하는 한편 파격적인 '대규모 임원 물갈이' 카드를 꺼내들며 반격의 칼을 갈았다.
매달 주말 이틀간 휴업해야 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추진하자 대형마트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힐 것을 기대 했디만 본격적인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만,베트남,몽골…해외 진출 가속화
해외 진출 속도도 높이고 있다. 이마트는 베트남 호찌민시에 현지 3호점을 개장했고 지난 9월엔 몽골에 4호점을 오픈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점'을 개장하며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쿠팡은 국내에서 검증된 '로켓배송 모델'을 대만 시장에 이식했다. 1만2000개 중소기업들이 1년간 대만에 로켓배송·직구로 진출했고 쿠팡은 대만 타오위엔에 2호 풀필먼트센터를 개소했다.
유통사·자사몰 등의 익일·당일 배송도 빠르게 확산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CJ더마켓에 내일도착 서비스 '내일 꼭! 오네'를 도입했고 다이소는 온라인 서비스를 '다이소몰'로 통합하며 전국 익일배송을 도입하기로 했다.
마켓컬리는 익일 배송인 '낮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 10시~11시로 늘렸고 오아시스마켓도 9월부터 새벽배송 권역을 세종으로 확대했다. 이외 11번가(슈팅배송), SSG닷컴(쓱1데이배송) 등도 익일배송을 확대했다.
쿠팡은 강원도·전라도·경상도 등지의 도서산간지역을 포함해 약 182개 시군구(전국 260개)에 로켓배송과 당일배송에 진출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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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가격'이다. 고물가와 경기 불항이 이어지며 극가성비를 추구하는 쇼핑 트렌드가 이어졌고 유통 및 식음료 업체는 치열한 경쟁과 눈치보기를 계속했다. 엔데믹 후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업계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패션과 푸드, 라면, 주류, 프랜차이즈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해이기도 하다. 은 △유통채널 △식음료 △패션뷰티 3개 부분으로 나눠 2023년 업계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