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빅3 "365일 상시 할인"…부담 낮췄지만 '정가 불신' 우려

매주 전단 행사 포함 땐 연중 상시 세일 中
'물가잡기 선봉장' 역할…일각선 '할인가=정가' 인식

이마트 30주년 창립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이마트 용산점. 2023.1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고물가·불경기에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유통가 할인 프로모션이 '연중 상시화'하는 모양새다.

주요 대형마트들이 '물가잡기 선봉장'으로 나선 결과지만 일각에선 빈번한 세일로 소비자가 정가 구매를 꺼리는 '정가 불신' 경향이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와 롯데쇼핑(023530)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올 들어 굵직한 세일 외에도 매주 전단 행사를 해 할인 없는 날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품목이나 카테고리 등엔 차이가 있었지만 어떤 행사는 한 달 내내, 어떤 행사는 2주 단위 등으로 진행하면서 할인 행사 2~3개가 겹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마트는 올 1월1~2일 '데이원' 행사에서 브랜드 한우를 최대 반값에 판매하고 다양한 1+1 상품을 준비했다. 4월엔 신세계(004170)그룹이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하는 상반기 최대규모 고객 혜택 행사 '랜더스데이'에 참여했다.

11월엔 17~19일 '쓱데이'와 20~26일 트레이더스 13주년 기념 감사 행사를 했고, 12월 들어선 14일까지 이마트 창립 30주년 행사를 한다.

롯데마트는 3월 말~4월 마트-슈퍼가 공동 진행한 '온리원세일'을 통해 25개 상품군을 특가 판매했고 6월엔 역시 양사가 공동 기획한 '온리원딜'을 선보였다. 11월엔 롯데 11개 계열사가 힘을 합친 '레드페스티벌'에서 반값 삼겹살·킹크랩을 내놨다.

비식품 행사로는 8월 최대규모 헬스앤뷰티(H&B) 행사 '뷰티플렉스'를, 10월부터 11월에 걸쳐서는 반려동물 용품 최대 할인전 '텅장위크'를 각각 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이나 사회적으로 공급 이슈가 있거나 시의성 있는 상품을 선정해 월간 행사 또는 주말 특가 판매를 진행했다"며 한우와 연어, 오이, 사과 등도 예시했다.

삼겹살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한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 2023.3.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홈플러스는 창립 26주년을 기념해 3월 최대 반값 할인을 선보이는 '홈플런'과 7월 '서머 슈퍼세일 홈플런', 8월 창고 대개방 행사 '홈플대란',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일환 '홈플 메가푸드위크', 이달 올해 마지막 '홈플대란' 등을 잇따라 열었다.

끊임없는 할인은 마진이 줄더라도 재고를 소진해 판매액과 이익을 늘리려는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할인점, 잠정)의 1~11월 총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7% 줄었다. 롯데마트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올 2월 매출액이 전년비 줄진 않았으나 1.9% 소폭 신장에 그쳤다.

상시 할인에도 재고자산은 크게 줄지 않거나 소폭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마트들이 최저가 경쟁에 대량매입을 반복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3분기 재고자산은 1조925억원으로 전년 3분기(1조957억원)와 비슷했고, 롯데마트의 3분기 재고자산도 4214억원으로 전년 동분기(4452억원)보다 5%가량 감소에 그쳤다. 홈플러스의 2월말 기준 재고자산은 4413억원으로 1년새 약 3%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판매하는 제품들과 자산화된 건 차이가 있어 창고형 행사가 재고자산 증감과 직결되진 않는다"며 "또 이런 행사엔 홈플러스뿐 아니라 테넌트(임대매장)도 참여해 행사를 통해 고객이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가격 정찰제 개념이 사라질 정도로 빈번한 할인 행사에 '정가에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할인 폭이 낮아져 할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이 상시가 아니었을 때는 대대적 행사를 통한 매출 증대나 재고 소진 효과가 비교적 컸지만 최근엔 할인가를 정가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도 많다"며 "그렇다고 다 하는 할인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