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값 인상 철회 이어 내년 동결까지…"당장 물가 잡지만 부메랑 우려"

정부의 계속된 현장 대응 강화에 몸 낮춘 식품업체
차후 동시다발적이고 더 큰 폭 인상 가져올 수도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도 농산물, 가공식품 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8.0%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또한 4.9% 오르며 전체 상승률(3.8%)을 1.1%포인트(p) 상회했다. 2023.11.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자 식품업체는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내년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를 의식한 이같은 행보에 당분간 소비자 부담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오리온(271560) 본사를 찾아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를 요청했고 오리온은 "내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화답했다.

농식품부는 과자 원료로 쓰는 조제땅콩 수입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오리온의 건의에 "조제땅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오리온은 "앞서 제품의 양을 꾸준히 늘려온 것처럼 기술 혁신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농식품부는 물가 관리를 위해 빵, 우유 등 28개 품목 가격을 매일 점검하면서 매일 각 기업을 찾아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초부터 농식품부는 동서식품과 롯데칠성음료(005300), 삼양식품(003230), 농심(004370) 등을 찾아 물가안정을 위한 제품 가격 인상 자제 등을 요청했다.

지난달 28일에도 한훈 차관과 국장급 2명이 하림(136480), 빙그레(005180), CJ프레시웨이 등을 물가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 계획을 계획했으나 철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오뚜기(007310)는 이달부터 카레와 케첩 등 대표 제품 24종 가격을 올리려 했다가 계획을 접었다.

풀무원(017810)도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풀무원은 △요거톡 초코그래놀라 △요거톡 스타볼 △요거톡 초코필로우&크런치 3개 제품 편의점 판매가를 2200원에서 2300원으로 올릴 예정이었으나 편의점에 인상 계획 철회를 통보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소시지 '빅팜' CU 판매가를 12월부터 2000원에서 2200원으로 인상하려다 철회했다.

7월부터 빅팜 가격 인상을 추진했던 롯데웰푸드는 GS25와는 협의를 거쳐 9월부터 2200원으로 가격을 올렸으나, 이번에 CU에서 가격 인상을 철회하면서 12월부터는 GS25에서의 판매가도 다시 2000원으로 내린다.

GS25는 물가안정 동참 차원에서 12월 한 달간 빅팜을 500원 더 할인해 15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동아오츠카 역시 비타민 음료 '컨피던스'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화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속적으로 과자·가공식품 업계 등을 대상으로 물가안정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옥죄기식 행보는 장기적인 물가 안정 정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눈치보기식 가격 인상 철회 및 동결을 선언하고 있지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작용한다"며 "임계점에 달한 경우 동시다발적이고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가져올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jhjh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