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편의점 상비약 '불티'…"판매처보다 '품목 확대' 시급"

독감 의심환자 유행기준 6배…감기약 매출 최대 44%↑
정작 타이레놀 2종 공급 중단…대체품목 지정 지지부진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구매 모습(GS리테일 제공)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독감(인플루엔자)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편의점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정작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상비약 명단에서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 2종은 빠져 있어 이를 대체할 품목 지정이 시급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GS25,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이달 1~28일 감기약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높게는 44% 가까이 뛰었다.

이 기간 GS25의 감기약 매출은 43.9% 신장해 상비약 전체 매출 신장률(24.2%)을 크게 웃돌았다. 진통제는 21.2% 매출이 성장했다. 파스류(9.4%)와 소화제(5.7%)는 한 자릿수 신장에 그쳤다.

CU도 상비약 전체 매출 신장률(17.4%)보다 감기약(21.3%), 해열진통제(22.9%) 매출 성장세가 더 컸다. 파스(12.4%)와 소화제(9.1%)는 전체 매출 신장률을 밑돌았다.

세븐일레븐은 상비약 전체 매출이 25% 성장한 가운데 감기약(30%)과 해열진통제(25%) 신장률이 높았다. 파스는 20%, 소화제는 10% 성장에 머물렀다.

이마트24는 감기약이 41%, 진통제가 5% 매출 신장을 기록한 가운데 소화제(-6%)와 파스(-11%)는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상비약 전체 매출 신장률은 16%였다.

독감 유행에다 감기도 증상이 오래가는 '롱콜드(Long-Cold)'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 급하게 약을 구하려던 사람들이 가까운 편의점으로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12~18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의사환자 분율)는 37.4명으로 집계됐다.

유행 기준(6.5명)보다 5.7배 높은 수치로, 지난 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봐도 2019년 8.2명, 2020년 3.3명, 2021년 4명, 2022년 13.2명에 비해 올해가 '역대급' 확산세다.

편의점은 약국 외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만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2012년 11월부터 해열진통제 5종과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13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타이레놀정 160mg,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은 지난해 3월 생산이 중단돼 품목 취하 뒤 국내 수급이 중단됐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두 약품을 대체할 의약품을 지정하기 위해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큰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벤처부는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를 위해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편의점 등에서도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는 이에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판매 채널 확대보다 공급이 끊긴 타이레놀 2종에 대한 대체 품목 지정이 더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타이레놀 2종 대체 품목 지정과 함께 잘 안 팔리는 상비약은 빼고 지사제와 제산제는 추가하는 등 논의가 필요하다"며 "판매 채널을 늘려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약품을 구할 수 없다면 채널 확대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