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자재 핑계였나" 식품업계 '꼼수 인상'…소비자 반감 키워

정부 압박에 'OO플레이션' 각종 신조어 등장
업계 "영업익 증가, 국내 가격 인상과 상관없어"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2023.11.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식품업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식품 업체들은 최근 2년간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올려왔다. 코로나19 사태와 전쟁 등 여파로 원부자재 가격이 올랐고, 인건비와 물류비 등 제조 비용이 전반적으로 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고물가 시대의 장기화로 인해 서민들의 부담은 커졌고, 정부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펼치고 있다. 식품업체들을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일부 가공식품과 외식메뉴 가격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번들플레이션 등 각종 신조어다. 이른바 꼼수 가격 인상이다.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제품의 용량을 줄이거나(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의 질을 낮추거나(스킴플레이션), 묶음 제품을 낱개 제품보다 비싸게 파는(번들플레이션) 형태로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르다. 올해 3분기 기준 식품업체들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큰 폭으로 올랐다. 소비자들이 식품업체들을 고물가의 주범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업계 1위 농심(004370)의 3분의 영업이익은 5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9% 올랐다. 오뚜기(007310)는 829억원으로 87.6%, 삼양식품(003230)은 434억원으로 124.7% 성장했다.

종합식품기업인 대상(001680)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5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1% 증가했다. CJ제일제당(097950)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식품사업부문 영업이익은 23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동원에프앤비(049770) 역시 3분기 영업이익 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고, 빙그레(005180)의 영업이익은 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9% 수직상승했다.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2023.11.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때마다 원부자잿값을 이유로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정작 수치상으론 큰 폭의 이윤을 남기고 있어서다.

이 기간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올랐다. 당장 식품업체들이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한 이번 3분기에도 가공식품 73개 중 54개의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실제 소비나 저축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여기에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번들플레이션 등 꼼수 현상이 겹치며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 40대 주부 A씨는 "요즘 장 볼 때마다 모든 품목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게 체감된다"며 "상황이 어렵다면서 가격을 계속 올리더니 결국 영업이익을 크게 남기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식품업체들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을 두고 해외 사업의 호조세와 기저효과라고 분석한다. 국내 가격 인상과는 관련 없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부진했던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라며 "그마저도 대부분 해외사업으로 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shakiro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