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맛집' 신세계百 미디어파사드…"차원 다른 몰입감 준비했죠"

[인터뷰]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
"쇼핑을 넘어 힐링하는 백화점 디자인 선보이고 싶다"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미디어파사드를 소개하고 있다. ⓒ News1 문영광 기자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의 미디어 파사드는 375만 개의 LED 칩을 사용, 63x18m 크기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탈바꿈했다. 내년 1월 말까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3분 가량의 영상이 반복 재생될 예정이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 해가 지는 늦은 오후가 되자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10여분이 지나자 사람 한 명 지나가기 빠듯할 정도로 빼곡히 사람들이 길가를 메웠다.

오후 5시30분 타워 앞 사거리를 밝히는 불빛이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길을 지나던 행인들도 발길을 멈추고 휴대폰 카메라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찍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이달 9일부터 본관 외관을 LED 조명으로 밝힌 미디어파사드(Media Fasade)를 선보였다.

올해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파사드 주제는 '신세계 극장'(SHINSEGAE THEATER:from legacy to fantasy)이다. 영상 속 붉은 커튼이 걷히고 성대한 문이 열리면 금빛 사슴이 상상 속 크리스마스 세상으로 이끈다는 콘셉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사진 맛집'으로 등극시킨 주인공 유나영 VMD(비주얼 머천다이저) 담당을 만나 10개월간 준비한 대장정 프로젝트의 뒷얘기를 들었다. 신세계 극장은 올해 2월 콘셉트 기획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준비해 내년 1월말까지 매일 3분가량 세상과 만난다.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브이엠디(VMD) 담당이 21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11.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유 담당은 "고객분들에게 따뜻한 연말 추억 선물을 드리고자 매해 미디어파사드를 준비한다"며 "올핸 트리·오너먼트·호두까기 병정 등을 소재로 비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유 담당. 상반기만 해도 팀장이었던 그가 '담당'으로 직급 승진한 뒤 처음으로 미디어파사드 결과물을 선보이게 돼서다.

유 담당은 "이전에는 실무자들과 함께 업무를 분담했지만 담당이 되면서 더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어깨가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유 담당은 "인테리어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몇 년 동안 유지하는 특징이 있지만 VMD는 트렌드·사회현상을 실시간으로 담아 변화시키는 직업"이라며 "생동감 있는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VMD로 신세계백화점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9일 본점 미디어 파사드를 비롯해 전국 각 점포 크리스마스 장식에 불을 밝힌다. 올해 본점 외관의 미디어 파사드는 375만 개의 LED칩을 사용, 외벽 전체가 63x18m 크기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탈바꿈한다. (신세계 백화점 제공)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올해부터 신세계백화점 미디어파사드 작업에는 변화가 생겼다. 몰입감 있는 애니메이션을 표현하기 위해 외부 영상 기획 업체와 처음으로 협업을 하게 됐다.

보완 작업도 거쳤다. 발코니 위 LED 조명을 달아 전면에서 영상이 끊기는 부분이 없도록 했다. 더 몰입감 있는 영상 전개를 위해서다.

미디어파사드를 향한 내부 평가도 긍정적이다. 유 담당은 "최근 회의에 참석한 사장님께서 '올해 신세계백화점 미디어파사드 역대급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흐뭇해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처럼 지속해서 '역대급'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자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우리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주신 게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VMD만 수년째 맡아 온 유 담당이지만 매년 새로운 콘텐츠를 짜는 건 버거운 일이다. 머리에 쥐가 날 때마다 번뜩이는 영감을 주는 건 주로 '영화'다.

유 담당은 "미디어파사드 콘텐츠를 구상할 때 영상뿐 아니라 음악·지루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 등이 중요한 요소"라면서 "드라마틱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영화에서 미디어파사드 신을 구성하거나 편집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유 담당은 박찬욱 감독 팬이다. 그는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에서 감명을 받았다. 사랑이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박찬욱 감독의 특유 방식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며 "'저 정도의 몰입감은 저 정도의 디테일에서 나오는구나'라고 디테일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국내 백화점 연말 콘셉트 스토어 트렌드를 이끈 유 담당이지만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유 담당이 자주 살펴보고 참고하는 곳은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사마리텐과 영국 런던 해러즈·셀프리지 등이다.

그는 "이들의 공간 구성을 보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잘 포착해서 재미있게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장점이 있다"며 "요새 파리·런던 지역 백화점들의 기발하면서도 창의적인 디자인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이 백화점 3사 연말 시즌 콘셉트 스토어가 모두 좋은 결과물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2023.11.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연말 콘셉트도 즐겁게 감상했다. 그는 "3사가 다 좋은 결과물을 선보여 더 즐거운 연말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누가 이기고 누가 졌다는 비교보다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식으로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 담당의 목표는 쇼핑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힐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백화점에 오시는 분들이 쇼핑을 넘어 힐링이 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며 "결과적으로는 신세계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높여 신세계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미래를 그렸다.

이어 "버려지거나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고객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항상 추운 연말에도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보러와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mk503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