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물가관리→꼼수가격 부작용→실태조사…유독 식품업체만 "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예고…"이젠 용량도 못 줄이나" 푸념
"원자재 가격 안정화 필요…가격 압박에 따른 부작용 커져"
- 이상학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최근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축소하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가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린 식품업체들이 '꼼수 인상'을 이어가자 정부가 다시 한번 나선 것이다.
정부가 가격 압박에 이어 슈링크플레이션 제지에 나서자 일각에선 식품업계에만 유독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는 오전 서울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부처별 물가안정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을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최근 식품업체들이 기존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097950)은 이달 초부터 '숯불향 바베큐'의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낮췄다. CJ제일제당 측은 OEM 변경 과정에서 제품의 스펙이 달라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동원F&B(049770)는 '양반김' 2종의 중량을 기존 5g에서 4.5g으로 ,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를 100g에서 90g으로 줄였다. 동원F&B 측은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인해 기존 5g 제품을 단종하고 4.5g 제품으로 출시했다"고 했다. 원가를 감내하지 못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해태제과(101530)도 7월 '고향만두' 2종의 중량을 최대 16% 줄였다. '고향김치만두는' 450g에서 378g으로 16%, '고향만두'는 415g에서 378g으로 8.9% 줄었다. 풀무원(017810)의 경우 지난 4월 핫도그 제품의 개수를 1봉지당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인 것이 뒤늦게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효과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압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A 식품업체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은 올랐는데 판매가를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윤을 포기하고 물건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B 식품업체 관계자는 "용량을 줄이면서 단가를 낮추는 건 가격 인상의 방법 중 하나가 맞다"면서도 "결국 판매가는 제조사보다 유통 채널에서 결정한다고 봐야 하는데 식품기업들이 꼼수를 부리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가격 인상 압박에 이어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조사까지 예고하자 유독 식품업체들만 옥죄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C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원가 부담을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을 때 가격을 올린다. 이런 것들을 다 막아버리면 손해 보고 장사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정부의 지나친 가격 압박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품목별로 간섭하려 하니까 기업 입장에서 대응전략으로 용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정부는 석유나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격 결정은 고도의 기업 활동인데 룰을 정해 놓으려 하면 부작용만 커진다"고 덧붙였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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