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새판 짜기①]소비침체 시대, 치열한 경쟁 속 차별화 고심

[터닝포인트] 본격 수익 쿠팡, 점유율 확대 나서
반쿠팡 연대 연합군으로 몸집 불리거나 IPO 추진

쿠팡 배송트럭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유통가가 위기 극복을 위한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워 활로를 찾으려는 것이다.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강력한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고 해외사업을 확장하는가 하면, 경쟁사를 흡수해 '연합군'으로 몸집을 불리거나 실탄 확보를 위한 기업공개(IPO)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적자 끝"…'분기 최고 매출' 쿠팡, 이젠 점유율 확대

2010년 창사 뒤 수년간 수조원의 적자를 버티며 물류 투자를 지속해 온 쿠팡은 이젠 본격 수익을 내며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23년 3분기 매출은 8조원을 돌파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이용자 수는 처음 2000만명을 넘겼다. 또한 2022년 3분기부터는 5개 분기 연속 영업익을 올렸다.

2023년 성장세는 매 분기 20%안팎으로 유통 3사 '이마롯쿠(신세계이마트·롯데쇼핑·쿠팡)' 중 가장 가파르다.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이마트가 1.8%, 롯데쇼핑이 -6.4%에 그친다.

쿠팡은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상품구색을 확대하고 2분기 들어 쿠팡이츠 10% 할인을 도입하며 멤버십 혜택을 강화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보고 있다. 연간 쿠팡 고객 수는 230만명 늘었다.

이밖에 쿠팡이츠는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전 지역에서 오전 6시부터 익일 새벽 3시까지 서비스를 기존보다 연장 운영하고 24시간 배달 서비스 운영도 추진 중이다.

전국을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권)'으로 만들기 위해 익일 로켓배송과 로켓와우 배송 지역은 2023년 하반기 강원 강릉·동해·삼척까지 넓혔다.

2014년 서울·수도권에서 로켓배송을 시작한 쿠팡은 충청·전라·경상·제주와 6대 광역시, 강원 춘천·원주 등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수익이 나면서 쿠팡은 본격적으로 전체 유통시장에서의 점유율 높이기에도 나선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여전히 전체 시장점유율에서 쿠팡은 한 자릿수"라며 "로켓배송 등과 로켓그로스를 통한 상품 확대로 고객 수와 지출액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3분기 누적 유통시장 규모는 472조원대다. 2022년 4분기(161조원대) 수준의 결과를 4분기 비슷하게 낸다면 2023년도 유통시장 규모는 630조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유통 3사 유통사업 비중은 600조원대 규모의 시장에서 신세계이마트 5.1%, 쿠팡 4.4%, 롯데 2.5% 순이었다. 이에 유통 3사 시장점유율은 2023년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유율상으로 볼 때 절대 강자는 없다는 얘기다.

쿠팡은 온라인에 국한된 한계를 넘어 오프라인으로 나가 고객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2023년 8월에 이어 뷰티상품 판촉행사인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같은해 11월 거듭 열면서다.

새 먹거리로는 해외사업을 확대 중이다. 2022년 10월 대만 진출 이래 1년 동안 풀필먼트 센터 2개를 열었고 2024년 상반기 중엔 3번째 풀필먼트 센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대만에서 쿠팡 앱은 2023년 2분기부터 쇼핑 부문 다운로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 추세라면 올해 대만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이 될 전망이다.

◇얼어붙은 공모시장에 국내 e커머스는 변화 바람

반면 국내 다른 e커머스들은 엔데믹에 코로나19 특수가 꺼지면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살길 찾기에 분주하다.

SSG닷컴은 시장 상황 개선 여부를 살피며 2024년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2023년 상반기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재추진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앞서 2021년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며 2022년 상반기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왔다.

상장을 준비했던 오아시스와 컬리는 재상장을 위한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다.

오아시스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우회 상장으로 IPO 재도전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이 스팩 합병을 통한 코스피시장 상장을 제안하며 관련 안을 포함해 IPO 재추진 여부를 검토 중이다.

2023년 초 IPO를 추진했던 오아시스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때 공모가격이 목표에 못 미쳐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컬리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수익성 개선에 주력 중이다.

11번가의 경우 2023년 중 상장을 목표했다가 연기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큐텐이 국내시장 입지를 넓히기 위해 11번가 인수 요부를 살피기도 했으나 기업가치를 둘러싼 이견으로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합산 점유율은 4.6%다. 여기에 4위 11번가(7.0%) 지분을 확보하면 11.6%로 쿠팡, 네이버에 이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3위가 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없던 일이 됐다.

2023년 11월엔 최대 주주인 SK스퀘어가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의결하며 11번가는 강제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