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수요 뚝"…e커머스界, 퀵커머스 동상이몽

11번가·오아시스마켓·쿠팡 등 사업 재검토
"수요에 비해 공급 과잉…수익성 한계 부딪혀"

쿠팡이츠 마트 배달 오토바이가 서울 송파구 쿠팡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1.7.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유통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던 '퀵커머스' 사업이 엔데믹을 끝으로 수요 감소에 흔들리고 있다. 주요 e커머스 기업들의 라스트마일(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물류배송 마지막 구간) 전략도 새롭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오아시스마켓·쿠팡 등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퀵커머스 사업을 축소하거나 사업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쿠팡의 퀵커머스 서비스 쿠팡이츠는 이달 들어 서울 일부 지역에서 운영해 온 '이츠마트' 서비스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서울의 핵심 지역인 강남구와 서초구의 이츠마트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존 송파·강동 일부지역 이츠마트 서비스는 유지한다.

2021년 7월 서비스 도입 이후 영역 확대를 자제해 온 쿠팡이츠가 지역을 절반으로 줄인 점을 두고 사업 철수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는 올해 '브이'를 통한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아시스는 온라인 플랫폼 및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퀵커머스 시장 진출과 B2C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었다. 오아시스의 전국 물류센터,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추가 물류센터 투자 없이도 전국 서비스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앞세웠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현재 퀵커머스 사업은 다른 신사업들에 순서를 밀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방침이다.

11번가는 2021년 오토바이 배송 스타트업 바로고에 250억원을 투자했지만 관련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바로고는 근거리 물류 스타트업으로 전국의 오토바이 '배송맨'들을 화주들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11번가는 바로고 지분 7.2%를 취득하며 3대주주에 올랐다.

이를 활용해 11번가에서 상품을 파는 업체들에 당일 배송 혹은 근거리 배송 등 서비스 품질 제고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시장 위축에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처럼 퀵커머스 사업이 e커머스 업계에 계륵이 된 데에는 엔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퀵커머스 사업을 위해서는 MFC(도심형 소형 물류센터)가 구축돼야 한다. MFC 구축과 운영을 위해서는 임대료와 운영비 등 높은 고정비가 발생해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펜데믹 기간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던 사업이 코로나가 끝나면서 수요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되다 보니 사업성이 나빠진 것"이라며 꼬집었다.

한국의 퀵커머스 시장이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퀵커머스 시장은 성장하는 듯하다가 엔데믹이 결정타가 돼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며 "동네 5분 거리의 편의점을 이길 수 없고 가격 면에는 쿠팡·컬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