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컬처'로 잘파세대 공략하는 패션업계

[패션&뷰티]'불모지' 스트리트 브랜드로 포트폴리오↑

던스트 모델 블랙핑크 지수.(던스트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커버낫, 리(Lee), 디스이즈네버댓,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PHYPS). 최근 수 년간 스트리트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종전 불모지 영역인 스트리트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MZ, 젠지, 잘파 등 갈수록 어려지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LF(093050)는 다양한 브랜드를 전개하며 스트리트 브랜드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LF의 던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홀세일 판매에 나서며 해외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2023 프리스프링 시즌 컬렉션부터 해외 수주를 진행했다. 첫 시즌부터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중국, 홍콩 등 12개국의 유명 백화점 및 온오프라인 편집숍을 대상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홀세일을 통해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의 국가에 새롭게 진출해 총 15개국에서 해외 바이어를 확보하게 됐다. 그 결과 해외 수출 규모는 2023 봄여름 시즌 대비 60% 이상 신장했다.

'의류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미국 패션 렌탈 플랫폼 렌트더런웨이, 이탈리아 꼬모 지역의 럭셔리 부띠크 테사빗, 일본 1세대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숍 빔즈, 일본 유명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기업인 베이크루즈 그룹이 운영하는 앱스튜디오 등에 새로 진출하게 됐다.

2019년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시작한 던스트는 론칭 이후 해마다 세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2년2개월 만에 씨티닷츠라는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탄생한 던스트는 탄생 약 4년 만인 2022년 론칭 초기 대비 10배가 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캠브리지 화보.(캠브리지제공)

LF는 4월 영국 명문대학교인 캠브리지의 상표권을 활용한 브랜드 캠브리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비 주기가 짧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잘파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공략한 것.

캠브리지 대학교의 브랜드 에셋은 기본으로 하되 잘파세대가 선호할 만한 주제를 기반으로 색다른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혀 차별화를 꾀했다.

제품 출시 방식과 마케팅 전략도 잘파세대의 특성을 반영했다. 소비 주기가 짧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잘파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반영해 컬렉션 형태가 아닌 2주에 한 번씩 신제품을 론칭하는 '드롭'(drop) 방식을 택했다.

캠브리지는 대학생과 함께하는 다양한 캠페인 활동과 이색 브랜드와 협업 제품 출시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가수 태연이 티피코시의 '포피 데님 퀼팅백'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태연인스타그램)

LF가 올 상반기 재론칭한 브랜드 티피코시는 일부 품목을 위주로 매출이 최대 9배 이상 증가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판매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포피 데님 퀼팅백'은 Y2K 데님 감성과 최근 퀼팅백 열풍과 함께 입소문을 타며 6월 대비 7월 매출이 9배 급증했다. 최근 태연이 착용하면서 SNS 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삼성물산(028260) 패션 부문 역시 지난해 10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샌드사운드를 론칭하면서 스트리트 브랜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샌드사운드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은 목표 대비 110% 이상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샌드사운드 브랜드 콘셉트인 '아메리칸 로드 트립' 무드를 잘 표현한 모자 제품들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수영복도 수요가 늘면서 리오더를 진행 중이다.

샌드사운드 화보.(샌드사운드제공)

현대백화점(069960)그룹 한섬(020000)은 최근 편집숍이자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키스(Kith)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부터 전개에 나선다. 영국 런던 지하철을 모티브로 한 온라인 전용 유니섹스 스트리트 브랜드 런던 언더그라운드도 출시한다.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불모지 영역인 스트리트 브랜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 층이 두터워지고, 이들의 소비력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오랜 헤리티지와 철학을 바탕으로 한 기존 성공 방식대로 브랜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요즘 젊은 고객들은 단순히 패션 뿐만 아니라 음악, 힙합, 예술 등 컬처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브랜드를 추구한다"며 "이에 새로운 타깃층 공략을 위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창의적인 마케팅 방식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