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도 팀 리더로 근무"…한국P&G, 리더 육성 비결은?
[인터뷰]권영민 영업본부 이커머스 사업부장 상무
"직원이 나다울 때 최고 역량 발휘"…생산성 높이는 사내정책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국내 유통업계에서 이 회사를 빼놓고 인사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바로 글로벌 생활소비재 기업 P&G(피앤지)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피앤지 출신 임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한국 피앤지가 '인재파워하우스'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 피앤지의 인재양성 시스템은 어떻게 될까. 15일 권영민 한국 피앤지 영업본부 이커머스 사업부장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고의 리더는 회사 내부서 나와…인재 육성 집중"
권 상무는 한국 피앤지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인재에 집중하는 회사 시스템"을 꼽았다. 권 상무는 "세제, 섬유유연제, 면도기 등을 팔기는 하지만 회사에서 습득하는 기술은 문제 해결 능력, 비즈니스 사고 방식 등"이라며 "소비재, 유통업, 식품업 등 여러 갈래 산업군으로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피앤지는 '올바른 리더' 육성을 위한 '전세계 비즈니스 수행 매뉴얼'(WBCM)을 제정해 모든 직원, 임원 및 사외이사가 이를 지키도록 한다.
또 조기책임제, 내부승진제, 리더십 아카데미와 같은 독보적인 리더 육성 프로그램도 보유하고 있다.
피앤지의 인턴과 신입사원들은 출근 첫날부터 완전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프로젝트의 리더가 된다.
권 상무는 "제가 이 회사 인턴으로 합격한 14년 전 잡일을 할 줄 알았는데 가장 큰 거래처인 이마트에서 설, 추석 시즌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위닝할 수 있는 전략을 짜오라고 하더라"라며 "인턴이 두 달간 직접 마트 바이어들과 미팅하고 현업 담당자와 만나 니즈를 파악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인턴십 과정을 통과한 직후 2009년 7월1일부터 14년간 한 회사에만 몸 담았다"며 "14년간 다양한 브랜드, 국가, 유통 채널들과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피앤지는 철저한 내부승진제를 원칙으로 한다. 인턴십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임원진뿐만 아니라 CEO 자리까지 오를 수 있도록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돕는다. 직원들의 자기계발이 곧 회사의 성장으로이어지기 때문이다.
권 상무는 "신입사원으로 채용돼 내부 승진을 통해 선발되는 경영진은 탁월한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피앤지 특성과 조직적인 역량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 기업 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며 "실제 전 세계 피앤지 리더의 99%는 회사 내부에서 육성된 인재"라고 강조했다.
전사적인 업무 스킬을 익힐 수 있는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 '리더십 아카데미'도 눈에 띈다. 신입사원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 기본 자질향상 교육부터 매니저급을 위한 효율적인 팀 관리 방법까지 직급별로 필요한 다양한 커리큘럼이 준비돼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4만명 피앤지 임직원이 리더십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해 5만9042개의 커리큘럼을 수강했다.
◇"사람이 자산"…직원 행복도 높이는 사내 문화·복지제도
피앤지는 혁신과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내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도 힘쓴다.
출산·육아휴직제도, 유연휴가제도를 비롯해 '차별없는' 채용 및 승진 시스템이 이에 해당한다.
피앤지는 산모에게 지급하는 유급 휴가를 근로기준법 기준 90일보다 더 많은 104일을 유급으로 지원한다. 104일 동안 통상임금을 수령하도록 정부 보조금과 개인 임금 간의 차액을 회사에서 지급한다.
휴가로 인한 공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산휴로 인한 채용 및 경력 개발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 실제 한국 피앤지 여성 직원은 100% 복귀했다.
남편 및 파트너에게도 법정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10일)보다 4배이상 긴 8주간의 유급 육아 휴가를 지원한다. 기간 연장을 원하는 경우 무급으로 연장도 가능하다.
권 상무는 한국 피앤지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한 '1호 남성'이다. 1호임에도 회사 눈치를 보거나 커리어가 단절되는 등의 우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권 상무는 "개인이 가장 역량을 잘 발휘하려면 나다워야 하는데, 1순위인 '가족'에 집중한 뒤 복귀하면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치는 4주를 쉬지 않았을 때보다 높을 수 있다"며 "단순히 시간보다 생산성에 집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피앤지는 개인 혹은 가정의 필요에 따라 임직원들이 공식적인 연차 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총 5일의 유급휴가 제도도 부여한다. 이는 1인 가구, 쉐어하우스 공동생활, 싱글맘, 싱글대디 등 가족 구성의 형태가 다양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일·가정 양립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권 상무는 "피앤지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베네핏은 '성장'"이라며 "주어진 업무를 단순히 처리하는 게 아니라 회사와 함께 긴 호흡의 마라톤을 통해 같이 성장하고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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