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도 괜찮아"…고물가에 '못난이 농산물'이 뜬다

맛·영양 문제 없어…정상가 대비 20~30% 저렴
폐기 비용 절약하고 추가 소득으로 농가 도와

편의점 CU에서 고객이 못난이 채소를 고르는 모습.(BGF리테일 제공)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고금리·고물가에 농산물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못난이(B급) 농산물'이 뜨고 있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부분 폐기돼 왔지만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2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못난이 농산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B+급 과일을 농가에 도움을 준다는 '상생 과일' 이라는 이름으로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참외, 자두, 사과 등 '상생 과일' 부터 감자, 양파, 배추 등 '상생 채소' 까지 '상생' 시리즈 상품 약 30여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상생' 농산물 연매출은 2021년 대비 280% 이상 신장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마트에브리데이가 가성비 상품 강화를 위한 비규격 농산물 판매를 수입식품으로까지 확대해 캘리포니아산 ‘못난이 호두’를 선보인다.(이마트에브리데이 제공)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월부터 비규격 농산물 판매를 핵심으로 한 '상생농장 농가살리기 프로젝트'를 지속 전개하고 있다.

양파 120톤, 저장감자 80톤, 파프리카 40톤, 깐마늘 30톤, 무 15톤 등 못난이 농산물 대부분이 3~4일만에 전량 판매됐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비규격 농산물 판매를 수입식품으로까지 확대해 캘리포니아산 '못난이 호두'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선보인 초도물량 5만봉은 1주일만에 완판됐다. 5월25일부터 같은 가격에 100g 증량한 1kg 제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컬리는 못난이 채소류를 모은 '제각각'을 론칭했다.(컬리 제공)

11번가는 '어글리러블리'(Ugly Lovely)를 운영 중이다. 일반 상품보다 평균 20~30% 저렴하다. 현재까지 하우스 감귤 약 80톤, 황금향 40톤, 고구마 30톤, 키위 20톤을 판매했다.

SSG닷컴도 못난이 상품 기획전을 상시 선보이고 있다. '반전 참외'는 참외 카테고리 매출 2위를 차지했고, '못생겨도 맛좋은 보조개 사과'는 사과 카테고리 매출 4위에 올랐다.

컬리는 못난이 채소류를 모은 '제각각'을 론칭했다. 온라인 최저가 마켓컬리 KF365의 동일 상품과 비교 시 평균 30% 저렴한 가격이다.

생산자와의 상생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약 10~30%에 달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폐기하는 대신 비용은 아끼고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GS25가 지난달 19일부터 판매한 B급 농산물 '착한참외'.(GS리테일 제공)

못난이 농산물이 부상하면서 편의점에서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CU는 지난달 B급 채소를 모은 '싱싱상생' 브랜드를 새롭게 내놨다. 제품 가격은 2주 간격으로 농산물 시세를 반영해 정한다. 시세가 내려가면 가격을 낮추고, 오르면 인상폭을 최소화한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최근 11일(5월 21~31일)간 싱싱상생 채소류 3종(감자, 파프리카, 깐마늘)의 매출은 직전 같은 기간(5월 10~20일) 대비 27.7% 증가했다.

GS25가 지난달 19일부터 판매한 B급 농산물 '착한참외'는 3일 만에 1만 봉 이상 판매됐다. 크기가 작거나 못생겨 일반 참외보다 30% 저렴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산 농산물 중 규격 외 등급으로 판정받은 작물 비율은 평균 1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한규 GS25 편의점신선팀MD는 "고물가 영향에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