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답 찾았죠" 서울 떠나 충북 농촌으로 간 30대[지방소멸은 없다]

아주마, 쿠팡 입점 뒤 매출 3억→32억원 급증…고용창출 효과도
인구 4000명 황간면에 활력…상주 샤인머스캣도 판로찾아 성장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정민자 아주마 대표와 블루베리 농장주(쿠팡 제공)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13일 오전 10시, 인구 4000여명 남짓 충북 영동군 황간면 농촌마을에선 약 3000㎡(약 900평) 규모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갓 딴 블루베리를 포장하고 있었다.

약 8264㎡(약 2500평) 규모 농장에선 직원들이 블루베리를 수확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영농법인 '아주마'가 수확하는 과일은 쿠팡을 만나 전국 소비자 식탁에 오르고 있다. 쿠팡에 입점한 2021년 매출은 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배 늘었고, 지난해엔 32억원으로 뛰었다.

아주마가 쿠팡 채널로 성공하자 파트너십을 맺은 농가와의 사업규모가 10배씩 커지며 농가의 직간접 고용인원도 크게 늘었다. 청년이 떠나며 활기를 잃어가던 황간면에 새 '성장 모멘텀'이 생긴 것이다.

"서울에서 마케터로 일했었는데 그만두고 귀농했어요. 기존 직장보다 지금 일이 훨씬 비전있거든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주태영 팀장(32)은 지난해 귀농해 아주마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한다. 쿠팡 입점 전 아주마는 부모와 친척이 '알바'를 해 겨우 사업을 이어가는 처지였지만, 매출이 뛰며 주 팀장 외 20~40대 직원 3명을 추가로 뽑았다.

인구소멸 위기를 맞은 지역이 쿠팡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으며 서울을 포함한 타 수도권 인재까지 끌어들이는 신규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아주마 제품 쿠팡 스캔 작업 모습(쿠팡 제공)

포도, 복숭아, 자두, 블루베리 등 충북 영동에서 나는 다양한 청과를 생산·유통하는 정민자 아주마 대표(61)는 남편 직장 은퇴 뒤 영동으로 귀촌했다. 맛있고 싱싱한 과일을 전국에 알리고 싶었지만 온라인 진출 첫해 매출은 약 3억원에 불과했다.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얼마되지 않는 수익이었다.

그러다 쿠팡을 만나 상황이 반전됐다. 쿠팡 입점 첫해엔 주 1회 정도 과일을 보냈지만, 2년차를였던 지난해에는 매일 발송해야 주문에 맞출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정 대표는 "영동지역에 일자리 찾으러 수도권에 가야 하나 고민하는 청년이 많은데, 그런 청년에게 우리 비전을 보여주고 더 많이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 매출이 커지며 직접 생산을 넘어 영동지역에서 생산하는 과일을 매입해 판매하는 중간 유통 채널로 비즈니스가 커졌다. 현재는 영동에서 생산하는 과일을 연간 200톤씩 사들인다. 지난 2년간 아주마와 거래하는 지역 농가도 3개에서 30개로 크게 늘었다.

경북 상주 샤인머스캣 농가 모습(쿠팡 제공)

경북 상주 농가들도 쿠팡을 통한 판로 확대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인 상주는 농가 수 전국 4위, 농업인구 전국 7위의 대표적 농업지역이다.

상주중화농협이 쿠팡에 납품한 샤인머스캣은 최초 입점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50톤에 달한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판매량은 첫해와 비교해 200% 이상 늘었다.

박세진 상주중화농협 소장은 "지난해 제값을 받고 유통업체에 납품한 1000톤의 농수산물 중 70%를 쿠팡이 나홀로 매입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 샤인머스캣 납품 작업 모습(쿠팡 제공)

쿠팡을 통해 상주 샤인머스캣 판매가 늘자 고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상주중화농협은 지난해 과일 선별 인력만 15명 뽑았다. 상주중화농협으로 쿠팡에 과일을 납품하는 회원 농가의 고용 인원도 3년 전 70명에서 현재 170명으로 급증했다.

박 소장은 "샤인머스캣이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며 본격적으로 판매에 집중했지만 판로 확보가 어려워 고용과 매출 상승이 더뎠다"며 "쿠팡을 통해 농가에 새로운 고용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