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에 인건비까지"…편의점주, 최저임금 차등 적용 요구

최저임금 1만2000원에 편의점주 부담 호소
편의점주협의회 "올해 업계별 차등적용 적극 요구"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직원이 도시락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2023.3.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최저임금 인상 이야기 듣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생부터 줄여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외 다른 방법이 없어요."

경기 안산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홍모씨(44)는 최저임금 인상 분위기에 점포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전기요금·난방비·임대료 등이 오르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는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고정비가 늘고 있어 수익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매해 점포를 접어야 하는 고민이 깊어져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임위) 첫 번째 전원회의가 이달 18일 열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24.7% 인상률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2380원 인상한 시간 당 1만200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 소식은 편의점주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성모씨(60)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미안하지만 매해 근무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며 "점주들이 일을 더 하든지 방안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편의점을 여러 곳에 내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수익을 내는 점포들이 많았는데 이건 유행 지난 옛말이 됐다"며 "인건비 부담이 커지니 점포를 점차 줄이고 가족경영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취업자는 157만7000명으로 2021년보다 6만5000명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8년(109만5000명)에 비해 50만 명가량 늘었다. 전체 취업자(2808만9000명) 중 5.6%에 달하는 수치다. 초단기 취업자 관련 수치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한 편의점주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편의점주 박모씨(40)는 "물가인상 등을 반영한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히 일어나야 할 수순"이라면서도 "다만 최저임금을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업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점주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도입하라는 건 장사를 그만하라고 내모는 것과 같다"며 "예전부터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 업계별 차등적용을 요구했으나 반영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점주들과 차등적용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주들로 구성된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협의회는 예전부터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해왔으나 고용노동부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번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최저임금 적용 시점과 동시에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입장을 소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첫 해에만 적용했다. 당시 최저임금은 업무 강도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했다.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했는데 섬유·잡화·식품을 만드는 경공업은 시급 462.5원을 받았다. 금속·기계·화학·석유 등을 만드는 중화학공업은 487.5원으로 중화학공업 최저임금이 25원 더 높았다.

한편 최임위 최저임금안 법정 제출시한은 6월29일이다.

smk503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