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유통업계, 영역과 경계 허문 '파괴적 커머스' 시대 열렸다
불필요한 경쟁 지양…수익성 개선·미래먹거리 발굴
"열악한 환경 속 경영 효율성 강화·생존전략 마련 고심"
- 이주현 기자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유통업계가 기존 틀을 깨는 도전과 혁신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미래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는 이같은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변화의 폭도 커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집중하는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사업 정리 ‘선택과 집중’ 속 적극적 신규사업 추진
이같은 변화의 행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곳은 ‘유통 맏형’ 롯데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새벽배송 시장 진출 2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컬리와 쿠팡 등 기존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불필요한 경쟁보다 과감한 사업 철수라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롯데는 온라인 장보기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 잡았다. 새벽배송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나서기 위해 1조원 투입을 결정했다.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35조원 규모에 육박한다. 반면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롯데는 이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오카도의 손 잡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
부진 사업은 정리하지만 신성상 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롯데는 신성장 사업으로 점찍은 건강(헬스·웰니스), 모빌리티를 포함한 핵심 사업군에 5년간 총 37조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는 투자 발표 2년째를 맞아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시너지 극대화’·쿠팡 ‘수익성 개선 및 흑자 지속’ 과제
신세계는 2021년 3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 본격적인 계열사 간 시너지 내기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세계 역시 사업 효율화를 위해 SSG닷컴의 오픈마켓 서비스와 G마켓에서 운영하는 해외직구 사이트 서비스 G9를 종료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취임 이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삐에로쑈핑, 부츠, PK마켓 등도 실적이 악화되자 과감히 사업을 접었다.
‘신세계 유니버스’ 달성을 위해 SSG닷컴과 G마켓, 옥션이 통합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출시했다. 회비 및 할인범위를 채널에 맞게 투트랙 설계해 맞춤형 혜택 제공하는 동시에 스타벅스 사이즈업 혜택, 각 플랫폼 간 포인트 전환 가능 등이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온라인 통합에 나섰다.
오프라인과 시너지 창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G마켓·옥션에서 SSG닷컴 쓱배송, 새벽배송 연동한 온라인장보기 서비스가 시작되자 이마트 서비스 이용도 가능해졌다.
신세계그룹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투자와 사업 개편을 올해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우승한 프로야구 구단 ‘SSG 랜더스’와 연계한 마케팅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행보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 도입 8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쿠팡은 수익성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낸다. 6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감수한 결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성공한 만큼 시장 우월적 지위 사업자로 확고히 자리매김 하기 위한 행보다.
전국 30여개 지역에 100개가 넘는 물류센터와 신선센터, 배송캠프를 구축해 약 370만㎡(112만평)가 넘는 거점도 이미 확보돼 있다.
여기에 쿠팡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신사업 쿠팡파이낸션과 쿠팡플레이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펼친다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기준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감한 투자·사업 영역 확대 이후 시장 안착·안정화
새벽배송 업체 컬리와 오아시스는 사업 영역 확대 및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방점을 찍는다. 새벽배송 선두주자로 시장을 장악했고 경쟁사들이 속속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유율 확대로 체급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
새벽배송 외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진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 한계를 벗어나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수익성 확대는 물론 체험으로 인한 홍보효과 등 저마다 노림수는 다양하다.
CJ그룹은 글로벌 영토확장과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CJ는 2023년까지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건강)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4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10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기로 2021년 밝혔다.
이미 바이오에 10조 투자 등 대부분의 투자 계획은 수립된 만큼 올해부터 2025년까지의 새 중기전략 구축을 본격화한다. 실행 가능한 계획을 곧장 실행해 비전 달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새롭게 제시한 중기전략의 키워드는 △초격차역량 확보 △4대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가속화 △최고인재 확보 △재무전략 고도화 등 4가지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 시너지 극대화 및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 전국의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TV홈쇼핑과 모바일커머스의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경쟁력을 극대화 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악재, 규제·치열해진 경쟁 극복 관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업계는 전통적 내수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로 이어져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유통업계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던 고가 의류, 시계, 악세사리 등 명품의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소비 분산도 피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계는 기업 합병(M&A)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 등 나름의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업계는 모든 영역과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파괴적 커머스 시대를 맞고 있다"며 "2023년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 돼 고객 경험을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한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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