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화물연대 '갈등' 장기화 조짐…"사실상 협상 백지화"

화물연대 "전원 복직·소송 취하" 입장 고수
공병운임 인상 등 협의체 구성 합의도 돌연 철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운송료 정상화와 손해배상 청구 취하 등을 요구하며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봉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와 하이트진로 측의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물연대 측이 하이트진로가 제기한 손배해상 청구 소송 취하 및 전원 복직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기존에 수용했던 협상안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돌변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수양물류는 2일 기준 총 22차례의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민주노총이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로비에서 진행하던 불법 농성을 종료하면서 협상이 재개된 이후에만 5차례 만났지만, 큰 소득이 없었다.

하이트진로의 모든 운송을 담당하는 수양물류 측은 화물연대의 로비 불법 농성 해제 이후 열린 협상에서 정일석 수양물류 대표를 협상 당사자로 내세웠다. 여기에 하이트진로 물류팀장도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양측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손해배상청구 소송 관련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천과 청주공장을 불법점거하며 소주 출하를 막은 조합원 1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12명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추후 불법 행위자 14명의 인적사항을 추가로 확보해 소송 피고에 더했다. 총 25명에게 27억7000만원을 청구했다.

수양물류 측은 협상을 위해 12명 중 7명에게만 책임을 묻겠다고 한발 물러섰으나, 화물연대 측은 12명 전원에 대한 소송 철회 및 복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 측이 기존에 합의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꾸며 협상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양측은 고용 승계와 공병 운임 인상 등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미 합의된 사안이었으나, 화물연대 측은 협의체 구성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섰으며 민주노총과 함께 본사앞에서 노조법 개정 등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혀 새로운 안을 내지 않고, 수양물류 측에서 제시하는 안에 대해서만 거절하는 형태"라며 "협상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에 대해 경영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달말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택배노조 불법점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불법파업에 이어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불법 점거 장기화 등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산업현장에 만연한 불법과 투쟁적 행태가 기업과 국가 경제의 위기를 한층 가중시킬 수 있단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총은 "노조가 불법행위의 책임을 기업에 돌리고 있다"며 "불법 행위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엄정한 법 집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꼬집었다.

shakiro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