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에 '티몬·인터파크'까지…큐텐, 韓 시장 노크 이유는

韓 e커머스 진출 속도? '동남아' 확대 전략 분석도
이베이 인수戰 자금력으로 숏리스트 제외…재무 물음표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큐텐'(Qoo10)의 '티몬' 인수가 유력해지고 있다. 여기에 '인터파크' 사업 일부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과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큐텐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한국 e커머스 시장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던질지 혹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을 지렛대 삼아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동남아의 아마존'을 목표로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싱가포르 법인이자 비상장사로 재무 상황이 공개되지 않아 자금력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큐텐은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서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자금력을 이유로 숏리스트에서 제외됐다.

◇티몬에 인터파크까지…구영배 대표 韓진출 속도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조만간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 경영권을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 인터파크 쇼핑사업부 인수도 검토 중이다.

큐텐은 티몬 인수를 통해 국내 e커머스시장 등판을 서두르고 있다.

큐텐의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상해, 홍콩 등 다양한 지역에 지사를 뒀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지 않았다.

구영배(G마켓 창업자) 대표가 지난 2009년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할 당시 최대 10년 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계약조건을 지켜야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이 끝난 시점 이후로 추정되는 2020년부터 큐텐은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기존의 물류 자회사 '큐텐익스프레스'의 물류센터를 김포 고촌으로 확장 이전했다. 자동화 시스템을 24시간 이동하면서 하루 해외 물량 처리 능력을 10만건까지 늘렸다.

같은 해 동남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글로벌 셀러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몰인몰 형태의 '큐퍼마켓' 서비스도 시작했다. 신선·가공식품 등 국내 셀러들의 상품을 자체 물류를 통해 수출 중이다.

Qoo10(큐텐)이 지난 2020년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글로벌 셀러들이 공동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큐퍼마켓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큐텐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 e커머스 시장 한계…亞시장 거점 전망도

시장에서는 해외 고객과 전문 물류시스템을 갖춘 큐텐이 오픈마켓인 티몬과 인터파크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티몬과 인터파크를 통해 국내 신규 셀러들을 유입하는 데 이어, 기존 가입자 유치도 가능하다.

큐텐의 100% 자회사이자 플랫폼 개발 및 운영을 맡은 '지오시스 유한회사'가 강남에 오랜 기간 터를 잡았던 만큼 서울을 거점으로 한 새로운 법인 설립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한국 시장 직접 진출 대신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하나의 거점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엔데믹에 접어든 이후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요 커머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첫 해외 진출지로 싱가포르를 삼았다. 현지 법인을 세우고 동남아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컬리도 이달 싱가포르 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레드마트'를 통해 한국 식품 판매에 나섰다. 싱가포르를 교두보 삼아 해외 시장 진출 초석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구 대표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큐텐의 나스닥 입성 계획을 밝혔던만큼, 한국 시장 진출을 통한 외형 확대 전략도 예상할 수 있다.

◇자금력에 물음표…이베이 인수땐 숏리스트서 제외

큐텐의 인수 자금력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큐텐은 비상장사로 재무 상황이 공개된 적이 없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시 약한 자금력을 이유로 숏리스트(최종후보자명단)에서 유일하게 제외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베이코리아의 당시 예상 몸값은 4조원 이상. 큐텐은 신세계·롯데쇼핑·SK텔레콤·MBK파트너스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자금력 등을 이유로 인수에 실패하게 됐다.

다만 큐텐이 티몬에 이어 인터파크 지분 모두를 인수하게 되면 최대 5000억원 규모의 M&A가 예상되는 만큼, 한층 부담이 덜어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 인수 금액이 4조원인데 비해 티몬의 인수 금액은 2000억대에 그친다. 이베이 인수 당시처럼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큐텐이 티몬·인터파크를 인수해 국내 e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려 하는 건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아시아 진출을 위한 거점 형태로 삼으려는 건지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고 덧붙였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