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년만에 최고치로 솟아…"면세점 메리트가 사라졌어요"

담배 면세가 시중가 역전…향수·화장품 면세가도 껑충
면세업계 증정품·프로모션 등으로 가격 역전 대응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 대비 4.5원 하락한 1341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2.8.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 미국 괌 여행을 앞둔 A씨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환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여행인 만큼 면세 쇼핑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급등한 환율 탓에 물거품이 됐다. A씨는 "환율이 너무 올라 면세 쇼핑 메리트가 사라졌다"며 "면세점에서 담배를 보루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시중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만에 최고치를 넘어서며 면세업계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 면세점 판매가가 시중 판매점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일부 품목은 면세가를 역전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1345원을 돌파하면서 면세 담배가가 시중가를 따라잡았다.

현재 아이코스용 히츠와 BAT로스만스 글로의 한보루 가격의 시중가는 4만5000원이다. 면세점 담배 가격은 34달러로 원화를 환산하면 4만5730원으로 시중가보다 비싸다. 결국 JDC 면세점은 현재 가격 역전 현상에 담배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가격이 다시 시중 가격보다 저렴해질 경우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다.

향수나 화장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면세점 판매가가 시중가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면세점 인기 품목으로 꼽히는 향수 브랜드 '크리드'의 어벤투스 향수 가격은 100㎖ 기준 현재 400달러로 원화 53만5280원에 판매 중이다. 시중가(51만원)가 더 저렴하다. 또 다른 인기 품목인 조말론의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코롱'은 30㎖ 기준 시중가가 10만7000원이다. 면세가 78달러(10만4379원)와 2000원가량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메이크업 제품 중 스킨케어 분야 스테디셀러인 키엘 수퍼 멀티 코렉티브 크림은 81달러(10만8394원)에 판매 중인다. 현재 시중가는 10만8000원으로 면세가가 시중 가격을 역전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2022.7.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고환율에 면세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면세품 쇼핑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환율 보상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면세점 시내점에서는 매장 기준 환율이 1250원 초과 1300원 이하일 경우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276만원, 1300원 초과일 때는 최대 286만원 상당의 LDF 페이를 증정한다. 또 롯데인터넷면세점에서도 구매 금액에 따라 즉시 사용 가능한 더드림 포인트를 최대 715달러 증정한다.

신라면세점은 유료 멤버십 신라앤(SHILLA &)을 도입했다. 가입시 고객은 38만원 상당의 면세점 포인트 및 신라호텔·여행사 등과의 제휴 혜택과 가입 웰컴 기프트 등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달 첫구매 고객에게 보너스 리워드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한도 800달러 전후 가격 제품에 대한 다양한 면세 혜택을 제공해 가격 역전 현상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환율 부상에 따른 추가 증정 행사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면세업계가 코로나19 이후 매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 제주 지정면세점 매출 현황을 보면 모두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JDC 제주공항 지정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3519억49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보다 19.6% 늘었다. 또 한국면세점 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은 올 6월까지 3개월간 1000억원대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