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험을 팝니다"…핵심 상권 장악한 패션 플랫폼들

무신사·W컨셉·발란 이어 29CM도 오프라인 출격
이색 공간으로 MZ세대 홀려 "2030 패피 공략"

29CM 이구갤러리(29CM 제공).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패션 플랫폼의 오프라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활동에 대한 부담감이 한풀 꺽였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성이 주 목적인 공간은 아니다. 대면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여성 패션 플랫폼 29CM가 이달 초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이구갤러리를 개점해 2030 여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9CM는 무신사가 지난해 인수한 여성 패션 플랫폼이다.

이구갤러리는 매달 새로운 브랜드와 콘셉트를 선보이는 숍인숍 형태의 브랜드 큐레이션(전시) 공간이다. 매달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해 분위기와 어울리는 브랜드를 추가로 전시하는 방식이다. 즉 단순 제품 전시가 아닌 입점 브랜드 스토리·철학 등을 소개하는 공간인 셈이다.

이구갤러리의 첫 메인전시 브랜드는 MZ세대 선호도가 높은 프렌치 감성의 '마르디 메크르디'다. 이달 전시에는 마르디 메크르디의 FW 신상품도 단독 선공개한다. 또 패브릭포터리·렉슨·엔알세라믹스 등 비슷한 감성의 브랜드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경험'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다. 주 타깃층인 MZ세대는 온라인 구매가 익숙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경험' 또한 중시하는 만큼 브랜드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29CM 관계자는 "29CM는 이구갤러리를 시작으로 하반기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며 "오프라인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며 29CM와 입점 브랜드들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나가고자 하며 궁극적으로는 여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가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경기점 3층에 위치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오프라인 매장. (신세계백화점 제공) 2022.3.18/뉴스1

비대면 채널로 성장한 패션플랫폼은 오프라인에 적극 진출하며 MZ세대들이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첫 단추를 끼운 것은 무신사다. 무신사는 2019년 일찌감치 서울 홍대에 '무신사 테라스'를 입점 브랜드 전시 공간으로 마련했다. 당시 단순히 입점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아닌 카페·쇼룸(체험전시실) 등 방문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호응을 얻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신사 테라스를 통해 '무신사'라는 브랜드를 신뢰하는 고객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무신사는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기반으로 성장한 PB(자체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서울 홍대에 열며 MZ세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때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는 것)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고객들로 붐볐다. 지난달 새롭게 문을 연 강남점도 오픈 직후 3일간 8000여명이 몰리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처럼 엔데믹 전환 후 패션플랫폼들이 줄줄이 바깥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 플랫폼의 공통점을 강남·홍대·여의도 등 서울 시내 핵심 상권에 진출해 브랜드 정체성을 알린다는 것이다. 당장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수익성 보다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 플랫폼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W컨셉도 상반기 신세계 경기점에 매장을 열고 자사 디자이너 브랜드를 전시했다. 지난달에는 신세계 대구점에 추가로 매장을 열었다. 발란도 서울 여의도 IFC몰에 '커넥티드 스토어'를 열고 자사 입점 명품 브랜드를 전시했다. 초고가 명품부터 메종키츠네·아미 등 이른바 '신명품'으로 불리는 합리적의 가격대의 상품을 모두 취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 매장은 수익을 내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패션 플랫폼들이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것도 트렌드에 민감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