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구본성 아웃' 15분만에 땅땅땅!…아워홈 세자매, 영화같은 주총

주총 시작 30분 만에 새 이사진 꾸리고 곧바로 이사회 개회
'대표 추대' 구지은 측 이사들 주도 '구본성 해임' 속전속결

4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 현장. ⓒ 뉴스1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이주현 기자 = 4일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표대결을 통해 경영권이 바뀌었고 승자는 곧바로 대표이사까지 해임했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의 운명이 바뀌는데는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전 9시. 아워홈 주총장 분위기는 삼엄했다. 아워홈 관계자와 경호 인력이 주총장 안팎을 오가며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취재기자들이 나타나자 현장 채증을 위한 촬영 인력까지 동원됐다.

이날 주주총회는 구지은 전 대표가 구본성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에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두 언니인 구미현씨와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의 지분을 합쳐 경영 복귀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 아워홈 4남매 지분율은 장남 구 부회장이 38.56%로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이어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 삼녀 구 전 대표(20.67%)가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 자매의 지분율 합은 약 59%로 과반을 넘어선다.

차녀와 삼녀는 지난 2017년 남매의 난 때도 같은 편에 섰지만, 장녀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며 아워홈의 경영은 구 부회장이 맡아 왔다. 4년이 지나 장녀가 오빠에 등을 돌려 동생 구 전 대표의 손을 잡으며 경영권 향방이 갈렸다.

오전 9시30분쯤 주총장 문이 열리고 주주들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주주 대부분 안건과 의결에 대한 답변을 피하며 빠른 걸음으로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일부 주주들은 밝게 웃으며 서로 악수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전 9시40분, 이사회 과반수가 아워홈 대표로 구지은 전 대표를 추천했다는 소식이 한 주주로부터 처음 알려졌다. 그는 경영권이 구지은 전 대표에게로 넘어가리라고 전망했다.

주주총회에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제안한 신규 이사 21명 선임안을 포함한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신규 이사진은 구지은 전 대표 측 인물들이었다. 구지은 전 대표가 사실상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 셈이다.

4일 아워홈 이사진이 입장하고 있다 2020.06.04/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오전 10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한 차례 식을 때쯤, 아워홈 측 법률대리인단의 눈빛이 바쁘게 움직였다. 주총으로 새 이사회를 장악한 구 전 대표가 곧장 이사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법률대리인단이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주총장 입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오전 10시5분, 대기라도 하고 있던 듯 갑작스럽게 나타난 40~50대 남녀 무리 16명이 주총장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구지은 전 부대표가 제안한 신규 이사들로 추정됐다. 이들은 굳은 표정이었고 일부는 고개를 숙인 채 이사회장으로 향했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사회장 문이 벌컥 열렸다.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한 남성이 손짓하며 누군가를 급히 찾았다. 남성의 지시를 받은 한 직원이 달려가더니 의결을 할 때 사용하는 의사봉을 가져와 남성에게 전달했다. 구지은 전 대표가 꾸린 새 이사진이 구본성 부회장의 해임안을 의결하기까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주총 30분, 이사회 15분'…구 부회장의 운명이 바뀌는데는 불과 45분 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구지은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 뉴스1

10시20분쯤 이사회단이 해산을 시작했다. 한 이사는 이사회장을 빠져나오며 해임사유와 관련해 "최근 구 부회장이 보인 비윤리적인 모습과 경영악화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제 자매가 힘을 모아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단합하기로 했다"며 "더 많은 (계열사) 상장을 해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지은 전 대표는 이사회에서 △이사보수한도 사용초과 및 증액 법적 논란 △정기주총 개최 관련 법·정관 무시 논란 △보복운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등을 거론하며 구 부회장의 해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사내이사 지위로서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복 운전으로 특수재물손괴·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구 부회장은 의결 하루 전인 지난 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1심 선고받았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끼어들기 보복운전' 관련 특수상해 등 선고기일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구 부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1.6.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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