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12일'…멈춰버린 '한국 경제'

관광업계 '직격타', 유통가·극장가 등 "고객이 안 온다"

(서울=뉴스1) 백진엽 이은지 최민지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한 백화점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세월호참사여파로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자제하고 유통업체들도 사회분위기를 고려해 판촉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2014.4.22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figure>#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두번째 토요일인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 평소 같으면 각 빌딩마다 들어선 옷가게나 가방가게, 액세서리가게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호객하는 소리와 흥정하는 소리, 지인들에게 전화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한 거리다. 평소에는 옆사람과 대화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운 이곳이 이날은 달랐다. 유동인구도 평소보다 줄었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세월호 침몰 이후 활력을 잃어버린 우리 경제의 축소판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경제, 특히 내수는 말 그대로 멈춰섰다. 기업들이나 유통업체들의 떠들석한 마케팅 행사는 전면 취소됐다. 평소였으면 야외 활동 시즌이 왔다며 그리고 가정의달을 앞두고 아웃도어부터 캠핑, 골프, 스포츠 등 백화점과 대형마트, 화장품, 패션업계가 떠들썩할 때다. 하지만 올해 4월말은 이같은 행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각종 단체들은 예정돼 있던, 특히 매년 진행하던 체육행사 등을 취소했거나 연기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애도 분위기로 인해 돈 쓰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가는 2차 피해를 보고 있다. 여행·관광업계가 직격타를 맞은 것 뿐만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또 서민들의 경제생활 척도인 전통시장까지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관광·여행 산업이다. 봄을 맞아 각 지자체가 실시하려던 관광축제는 물론, 각종 행사도 대부분 연기되거나 축소됐다. 배 여행은 기본이고, 국내 여행을 주로 하는 중소업체들에게도 여행 취소 요청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지역 여행사 대표는 "1학기 수학여행 전면 중단에 이어 일반 단체들의 여행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예약은 기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규모가 큰 우리 회사도 지금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할 지경인데, 우리보다 더 영세한 업체들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그렇다고 지금처럼 여행업계가 죄인취급을 받는 사회 분위기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백화점과 마트, 전통시장 등 유통가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이번 주말에 접어들면서 생활필수품 등을 사기 위한 소비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다.

하지만 백화점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명품과 패션 부문은 여전히 부진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6일부터 23일까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0.8% 줄었다. 특히 여성의류 매출은 4.2%나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들어 사고 전날까지 전년 대비 15% 정도 늘었던 명품 매출이 사고 이후 1.8% 줄었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골프용품 매장 한 직원은 "주말인데도 손님이 뜸하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매출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5월 연휴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가방 매장 한 직원은 "평소 내국인 손님이 70% 정도인데 세월호 사고 이후 내국인이 10%로 줄었다"며 "중국의 노동절 등을 앞두고 중국인 고객이 80% 이상 늘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명품 매장 한 직원은 "원래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대목인데 전년대비 64% 매출이 떨어졌다"며 "사람 자체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경우 사고 다음날인 17일 매출은 전년에 비해 10% 정도 줄었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고 충격으로 인해 장도 보지 않던 소비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을 위해 생필품 위주로 쇼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크게 줄고 있다. 사진은 주말임에도 한산한 명동의 한 극장 매표소. © News1 최민지 기자

</figure>극장가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평소라면 발디딜 틈도 찾기 힘든 주말 명동 극장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극장 직원은 "최근 개봉한 영화가 많이 없기도 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가 더해져 관객이 2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만나는 상인들은 한숨만 내쉰다. 이곳에서 체육복 납품 사업을 하는 이모씨(35)는 이 사업을 한 지 3년만에 처음으로 주말에 쉬었다고 한다. "봄이라 회사 체육대회 등으로 단체복 주문이 많았고, 올해 세계적 스포츠 행사가 많아 사고 전까지는 주문량이 끊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 21일부터 주문 취소가 잇따르더니 결국 지난 25일에는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5월 계획돼 있던 체육대회와 단체 응원복 주문취소가 잇따르면서 체육복 주문이 전년대비 2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며 "5월초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한달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초기 슬픔과 애도를 함께 하던 상인들은 그 여파가 오래되자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만도 표시한다. 남대문시장에서 25년째 옷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씨(65)는 "세월호 사고 이후 매출이 말도 못하게 줄었다"며 "다같이 초상집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어떻게 아냐. 실제로 와서 보지도 않았으면서, 죽은 사람 생각하면 마음은 아프지만 정부에서도 빨리 매듭지을 건 짓고 해야지 경기도 안 좋은데 장사가 안되서 못살겠다"고 하소연했다.

jinebit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