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호텔들 100년째 '우물안 개구리' 신세
신라호텔 해외진출 10년동안 1건뿐...롯데호텔 亞지역 편중
해외로 영역확장하려면 자본력 확충과 네트워크 확보 급선무
-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내년 10월이면 국내 호텔업계에 현존하는 호텔 중 가장 오래된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이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동안 국내 특1급호텔은 전국적으로 60여개로 그 수를 늘렸지만 해외 호텔그룹들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100년 역사를 지닌 국내 호텔들이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는 원인을 자본력의 한계, 브랜드 인지도 부족, 경영방식의 시스템화 부족 등으로 꼽고 있다.
◇국내호텔 영업익, 글로벌호텔의 10%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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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전경(사진제공=신라호텔)© News1
</figure>국내에서 신세계와 합작해 '웨스틴조선호텔', SK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W호텔' 등 굵직한 특급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적인 체인호텔인 스타우드그룹은 현재 100여개국에서 1100여개가 넘는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토종브랜드인 신라호텔이 서울과 제주 2곳, 삼성중공업의 거제호텔 위탁운영과 중국 쑤저우의 위탁경영을 하고 있는 해외호텔을 포함해 총 4곳의 호텔을, 롯데호텔이 국내 주요도시 5곳, 시티호텔 2곳, 해외호텔 2곳 등 9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규모면에서 비교 불가능하다.
영국의 호텔그룹인 IHC그룹은 인터컨티넨탈, 홀리데이인 등의 호텔브랜드를 통해 2012년 기준으로 전세계 4602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업이익 6억1400만달러(약 6637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지난해 호텔신라의 매출액은 2조2196억원, 영업이익은 1292억원이었고, 롯데호텔의 매출액은 3조4815억여원, 영업이익 3027억여원이었다. 국내 대표 호텔기업인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합쳐도 IHC그룹의 영업이익에 턱없이 못미친다.
그나마 이 영업이익도 대부분 면세사업에서 거두고 있어, 실제 호텔사업에서 거두는 매출액만 놓고 따져보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지난해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호텔의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2.8% 수준이다. 롯데호텔의 호텔사업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전체의 14.7% 정도다. IHC그룹의 10분의 1도 안되는 규모다.
◇토종호텔 해외진출 10년…성과는 제자리걸음
국내 호텔들이 해외로 진출한 역사는 10년이 채 안된다. 해외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은 신라호텔. 신라호텔은 지난 2006년부터 중국 쑤저우의 5성급 호텔인 쑤저우 신라호텔을 위탁경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신라호텔의 해외진출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다. 최근에는 신사업으로 '신라스테이' 비즈니스호텔 확장에 열중하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은 필리핀과 일본에 진출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2009년 9월 필리핀 세부에 '임피리얼 팰리스 워터파크 리조트&스파'를 개장했을 당시에는 직원들을 파견하며 직접 운영했지만 지금은 이름만 빌려주고 로열티만 받고 있다. 2011년 2월 일본 후쿠오카에 문을 연 'IP 호텔 후쿠오카'는 직접 경영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곳은 롯데호텔이다. 롯데호텔은 2010년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직영점으로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열었고, 2013년 3월 문을 연 '롯데레전드호텔 사이공'도 직영으로 운영중이다. 올해 10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타슈켄트팰리스'를 위탁경영할 계획이고, 연말에 괌, 2014년에 베트남 하노이, 2017년에 중국 심양에 호텔을 열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장기적으로 2018년까지 15개 해외호텔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호텔의 해외진출도 아시아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해외진출 위해 자본력·네트워크 확보가 급선무
국내 호텔들이 해외시장으로 뻗어가려면 자본력과 네트워크 확보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체인방식으로 해외진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현지에 직영 호텔을 운영해야만 한다. 직영호텔을 전진기지화해서 인근지역으로 체인호텔을 늘리는 방식으로 영토확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호텔들의 자본력으로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않다.
2006년 이후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신라호텔도 결국 충분한 자금이 없어 해외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호텔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면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으며 자본회수에도 시일이 걸려 부담이 크다"면서 "면세사업은 입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호텔보다 사업확장이 용이한 편이지만, 호텔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체인호텔의 장점은 전세계 어느 곳이든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 체인호텔들이 전산시스템으로 그물처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국내 호텔들로서는 결코 따라잡기 쉽지않은 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호텔들은 해외 체인호텔들과 합작하고 있다. 해외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체인의 예약망을 이용해야 하며, 해외여행객에게 친숙한 해외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고객 유치에 유리해서다.
국내 호텔브랜드의 해외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신라호텔은 해외인지도가 전혀 없고, 롯데호텔도 아시아지역에서만 알려진 정도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롯데라는 브랜드가 해외에서 유명하진 않다"며 "아시아지역에서 좀 알려지긴 했지만 유럽이나 미주는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롯데호텔은 선진국보다 미얀마 등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더라도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관광객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관광으로 유명한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 '아일랜드 샹그릴라 홍콩', '포시즌스 호텔 홍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관광업이 주산업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런 '입소문'으로 유명해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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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전경(사진제공=롯데호텔) © News1
◇과도한 규제가 호텔산업 발전 '발목'
호텔업계는 해외진출이 아직 초기단계여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롯데호텔은 2018년까지 해외에 15개 호텔을 연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산적한 문제가 많다. 해외호텔을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을 계속 파견해야 하는데, 현재 인력파견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인적 인프라가 많아야 하지만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며 "2010년 해외진출을 시작하면서 전보다 신입사원을 3~4배 많이 뽑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하지만, 국내 호텔들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박종찬 한국호텔관광학회장은 "우리나라도 외국 체인호텔과 공동계약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나름의 운영경험이 갖추게 됐다"면서도 "우리가 이를 응용해 직접적으로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은 미약한 단계"라고 말했다.
호텔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난해 7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각종 규제가 완화돼 최근 비즈니스 호텔 설립이 급증했다. 하지만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교육청은 호텔을 유해시설로 취급해 학교 인근에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기 일쑤여서 아직 호텔 설립에는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호텔을 지을 시 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며,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학습환경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유해성 없는 관광호텔이 원활하게 건립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규제가 완화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박 회장은 "호텔업계도 한국이 장악하는 형태가 되면 좋지만 그러려면 20~3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순수관광객와 비즈니스 등을 함께 하러온 겸목적 관광객을 분리해서 관리하고, 관광과 비즈니스 호텔 양쪽의 수요 모두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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