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비방광고·밀어내기로 업계1위 등극?

"커피 '악마의 유혹' 빗대 '악마의 기업'오명"
군출신 임원 다수...'까라면 까' 문화로 대리점 착취

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 남양유업대리점 피해자협의회 소속 회원이 물품 불법 강매에 항의하는 의미로 바닥에 유제품을 쌓아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대리점 업주에게 자사 물품을 불법 강매한 혐의로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했다.2013.5.6/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figure>국내 분유시장의 50% 이상 점유하며 유가공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양유업이 욕설 파문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6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111만7000원으로 거래일 대비 2.02% 하락했다. 반면 남양유업 경쟁사인 매일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4% 상승한 5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남양유업의 주가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양유업은 유가공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연간 1조36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회사 부채가 0%인 것을 두고 남양기업 대리점주들은 "우리들의 피를 빨아 먹어서 가능한 일이다"고 한 목소리로 말할 정도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연 매출은 1조720억원으로 27% 가량 낮지만 부채비율은 129%에 달한다.

13년간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다 1억3000만원의 빚을 진 김모씨는 "15% 매출이 상승하면 다음달에는 20% 많은 물량을 떠넘기는 식으로 대리점주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며 "반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대리점으로 보낸 물량은 100% 남양유업 순매출로 잡히게 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하루 50만원씩, 한달에 15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제품을 버린 적이 있다고도 했다.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는 20년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이유로 군인 출신의 임원들이 다수 포진했기 때문이라고 대리점주들은 말한다.

정승훈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이하 협의회) 사무총무는 "임원들 가운데 해병대, 기무사, 특전사 등 군인 출신들이 많다"며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대리점주들에게 물량을 밀어넣으면서 불법적인 착취를 아무렇지 않게 행한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가 도를 넘은 시점은 2003년부터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1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고 추징금 13억원을 선고받으면서 깨끗한 기업이미지에 먹칠을 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이오, 떠먹는 불가리스 등 신제품들이 나오면서 물량 밀어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양유업은 경쟁사 헐뜯기로 시장을 잠식하는 등 상도의에서 벗어난 행태로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남양유업은 "다른 회사 제품은 확인할 수 없지만 남양유업 유아식의 원료와 제품의 품질은 100% 안전하다"는 신문광고를 내놓았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 결과 경쟁회사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음에도 '다른 회사 제품은 확인할 수 없지만'이라는 표현을 굳이 썼다.

이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장사하는 사람의 기본을 저버렸다"며 "다른 업체를 비방하며 모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 이듬해 남양유업은 멜라민 파동 당시 폐기하지 않았던 완제품 '아이엠마더' 5만4000캔을 베트남에 수출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10억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그 이후에도 남양유업의 악행은 이어졌다.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제인나트륨 공방'으로 경쟁사를 헐뜯었다. 경쟁사에 들어간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인 것처럼 광고해 식약처(당시 식약청)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런 비교광고로 남양유업은 커피시장 진출 6개월만에 2위업체이던 네슬레를 따돌리고 올해 1분기에만 시장점유율을 13.5%까지 끌어올렸다.

남양유업은 두유제품을 내놓으면서 '소포제를 첨가하지 않았다'는 광고문구로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당시 어떤 두유 제조회사도 소포제를 사용하는 곳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방광고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양유업의 매출 가운데 98%가 국내 매출일 정도로 내수 비중이 높지만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줘 업계에서도 부끄러움의 상징으로 치부되고 있다.

정승훈 협의회 사무총무는 "프렌치카페의 '악마의 유혹' 카피를 따 우리는 남양유업을 '악마의 기업'이라 부른다"며 "이번 일로 남양유업의 잘못된 관행이 뿌리뽑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l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