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트럼프' 8년전 반복…'이중의 과제' 총수들 분주한 연말

[탄핵 가결] 박근혜 탄핵 당시와 달리 재계 직접 연루는 없어 안도
내달 트럼프 취임식 초대 명단 관심…한화·HD현대에 이목 쏠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최동현 김성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꼭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안이 되풀이됐다. 공교롭게 그때나 이번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응에 여념이 없는 재계는 국내 정국 혼란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떠안으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대기업 총수들이 연루됐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하면 탄핵 리스크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에 탄핵 정국의 직접 사정권에서 벗어난 재계 총수들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기뻐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투표에 참석, 이 중 204명 의원의 찬성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반대는 85명, 기권은 3표, 무효는 8표였다. 2024.12.1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총수들 연말에도 사업전략 고심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올해 남은 기간 차분하게 내년 사업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연말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 부당합병 의혹 사건 2심 재판을 준비하는 한편, 내년 사업 전략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합병 의혹 사건 2심 결론은 내년 2월 3일 나온다.

이 회장은 연말 경영진과 함께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분야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경쟁사에 크게 뒤처지자 대대적인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새로운 경영진과 함께 사업부별로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내년도 전략과 관련한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방문,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4.10.7/뉴스1

구광모 LG 회장도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 환경 대응 방안과 신사업 가속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사장단 협의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미래 성장 사업과 관련해 '빠른 실행력'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내년 사업 전략 논의에 집중한다. 정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위한 타운홀 미팅도 수시로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2일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임직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HMGICS 직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4.12.13/뉴스1

SK, 한화, HD현대 총수들은 특별한 연말연시 일정을 두지 않고 '조용한 신년 사업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사와 경제계 신년인사회 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의 연례 업무는 그대로 수행할 계획이다. 대신 그룹 차원의 일정은 특별히 정하지 않고 경영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 경영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겠지만, 특별한 일정을 만들지도 않는 분위기"라며 "경영진과 수시로 소통하며 새해 사업구상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 : AI Tomorrow, AI Together’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무역질서 재편하는 트럼프…내달 취임식 누가 초대 받나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내달 취임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칩스법(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축소를 예고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향후 사업 운영 방향이 트럼프의 입에 달려 있다.

그런 만큼 내달 20일 취임식에 누가 초대받을지도 관심이다. 주목되는 곳은 한화그룹과 HD현대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조선 협력'을 첫손에 꼽았다. 조선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한화와 HD현대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그룹의 경우 지난 2017년 김승연 회장이 트럼프 1기 취임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대받기도 했다. 당시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도 초청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책사'로 불리는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이 김 회장과 40여 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퓰너 회장은 지난 2월 한화의 사외이사로 영입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비롯한 미국 조선·방산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사업을 총괄하는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나 김승연 회장이 직접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시 미국 함정 MRO 시장 공략에 나선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참석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2019년 6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업 총수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한상희 기자

삼성과 SK, 현대차, LG그룹 총수들의 참석 여부도 관심사다. 이들 모두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방한한 지난 2019년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안면을 튼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일일이 호명하며 자국에 대한 투자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취임식에 초대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017년 방한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에도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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