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 조직 신설한 삼성…반도체에 가려진 관계사 위기 살핀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 신설…최윤호 사장 신임 실장으로
관계사 경영 진단해 부진 시 메스…컨트롤타워 부활 밑그림 해석도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그룹이 관계사 컨설팅 역할을 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각 관계사를 원포인트로 진단해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그룹 전반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28일 2025년도 관계사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내에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경영진단실장(사장)으로 임명한 게 핵심이다.
경영진단실은 과거 미래전략실 산하의 경영진단팀과 성격이 다르다.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의 주된 역할이 관계사 감사였다면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은 컨설팅 업무에 초점이 맞춰졌다.
관계사 요청에 따라 수개월간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관계사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삼성은 이를 위해 신임 경영진단실장에 전략통인 최 사장을 발탁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미래전략실 전략팀, 사업지원TF,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한 그룹 핵심 경영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21년 말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아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배터리 사업 성장의 토대를 만든 인물로도 평가된다.
삼성이 내부 컨설팅 전담 조직을 만들어 최 사장을 급파한 건 현재의 위기 상황이 반도체 부문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약화가 부각되고 있지만 나머지 사업 부문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업부장을 대거 교체하며 반도체 위기 대응에 나선 것처럼 경영진단실 신설은 개별 관계사에 메스를 대겠다는 시그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소비자가전(CE)사업부는 실적 성장세가 정체돼 있고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성을 내던 삼성SDI는 캐즘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락하고 있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기는 IT기기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단실은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에 가깝다"며 "반도체 외에 다른 관계사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글로벌리서치의 경영진단실 신설을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을 위한 밑그림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과거 미래전략실 기능을 여러 조직에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컨트롤타워 부활을 제언한 만큼 내년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항소심이 마무리된 후 본격적인 개편이 있을 거란 관측이다.
한편 최 사장의 이동에 따라 삼성SDI 신임 수장은 최주선 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맡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에는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삼성SDS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내정됐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유임됐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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