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착착' 고려아연 '허둥'…수세 몰린 최윤범 반전카드는
고려아연, 2.5조 유상증자 자진철회…"투자자·주주 우려 예상 못해" 사과
표 대결 앞두고 격차 더 벌린 MBK-영풍…최윤범, 오늘 오후 긴급 회견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13일 경영권 분쟁 '승부수'로 계획했던 유상증자를 포기했다. 그 사이 MBK파트너스-영풍은 지분율을 40% 가까이로 확대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의 격차를 더 넓혔다.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고려아연의 수세가 짙어지고 있어 이날 다시 기자회견에 나서는 최 회장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2조 500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지 14일,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를 요구해 효력이 중단된 지 7일 만이다.
고려아연이 일주일 만에 유상증자를 철회한 배경엔 '시장 혼란과 주주 피해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내부 목소리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 대형 로펌으로부터 법률 검토를 받아 가며 합법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예기치 못한 시장 반발과 주주·투자자 피해에 '소탐대실'을 우려한 것이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전날(12일) 진행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유상증자는) 유통 물량 증가, 주주 기반 확대로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 전환을 도모하려고 했었던 취지였다"면서도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유상증자가 무산되면서 최윤범 회장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유상증자 계획에는 MBK-영풍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한편, 우리사주조합에 20%를 우선 배정해 의결권 기준 지분율 격차를 좁힌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공개매수 이후 꾸준히 장내매수를 진행한 MBK-영풍의 지분율이 39.83%까지 높아지면서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35.4%로 양측 공개매수 직후 격차(약 3%p)보다 더 벌어졌다. 백기사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0.84%)의 이탈까지 확인될 경우 양측의 격차는 5%p 내외로 더 벌어진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 발표로 균열 조짐을 보였던 우호지분(백기사) 결속을 다지는 한편,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공단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은 최근 주요 주주와 증권사를 직접 찾아가 회사의 비전과 경영 능력을 프레젠테이션(PT)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 방한하는 트라피구라와 협력해 우호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과, 기보유한 자사주 2.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도 아직 살아있는 카드다. 글로벌 3대 원자재 중개기업인 트라피구라는 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고려아연 지분 1.49%를 들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 외에 최 회장이 뜻밖의 묘수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최 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 직후였던 지난달 2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최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유상증자 철회 배경과 향후 경영권 방어 전략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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