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도 TSMC도 SK만 본다…초밀착 '삼각동맹'에 초격차 가속
SK AI 서밋에 젠슨황·웨이저자 '깜짝 등장'…AI 반도체 공고한 협력 과시
황 CEO "HBM4 더 빨리 달라"…SK, HBM3E 16단 개발로 '6세대' 준비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000660)가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자의 추격을 뿌리치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를 주제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엔비디아, SK하이닉스, TSMC는 3자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며 "컴퓨팅 파워를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 협력하고, 북돋우며 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미래를 위해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삼각동맹'을 과시한 것이다.
최 회장의 기조연설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웨이저자 TSMC 회장도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SK하이닉스의 HBM 기술을 치켜세웠다.
황 CEO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함께한 HBM 메모리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더 적은 메모리로 더 정확한 연산을 수행했고 동시에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컴퓨팅 플랫폼 회사로 생태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HBM에서의 혁신과 미래 커스텀 메모리와 관련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요한 파트너인 SK하이닉스와 여러 세대의 컴퓨팅 아키텍처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웨이저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HBM은 오늘날 데이터 집약적인 환경에서 AI 가속화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HBM에 대한 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대해 "완성된 컴퓨터 제품이 아닌 하나의 구성 요소"라고 설명했다.
HBM은 컴퓨터의 구성 요소인 AI 가속기의 한 부품이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와 TSMC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을 치켜세운 건 고성능의 메모리 없인 시장이 요구하는 AI 성능을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HBM이 AI 모델 개발의 병목 현상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첨단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독주 체제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할수록 첨단 HBM 수급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황 CEO는 "HBM 메모리의 기술 개발 및 제품 출시 속도는 매우 훌륭하다"면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보다 더 많은 메모리 대역폭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황 CEO는 최 회장과 SK하이닉스에 6세대 HBM(HBM4) 양산 계획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애초 2026년 양산 예정이었던 HBM4 12단 제품 로드맵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긴 상태다. HBM4 16단은 2026년 양산이 목표다.
HBM4 16단 제품을 적기에 양산하기 위한 밑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16단 제품을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단, 16단 제품이 주력인 HBM4에 대비해 5세대 제품으로 선제적인 개발에 나선 것이다. 곽 사장이 공식화한 16단 HBM3E는 현존 최대 용량인 48기가바이트(GB) 용량을 구현했다.
이 또한 고성능 HBM을 필요로 하는 엔비디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HBM 시장 수요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선단 제품인 HBM3E 비중은 89%로 전망된다.
세 회사가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가면서 '삼각동맹'의 독주 구도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TSMC와도 HBM4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는 자체 D램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부터는 TSMC가 보유한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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