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무거운' 이재용 취임 2주년…이 침묵 길어지는 이유
별도 행사 없이 경영전략 수립 집중…내달 1일 창립 55주년도 메시지 없을 듯
사업장 점검, 고객사 만남 등 '실행' 전념…연말 인사로 '뉴삼성' 구축 전망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침묵을 유지한 채 쇄신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메모리 1위' 수성을 위한 타개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2주년인 이날 별도의 행사 없이 경영 전략 수립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엄중한 만큼 조용히 경영에 집중한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전 사업부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경쟁사에 넘겨주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DS부문 영업이익이 4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HBM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는 3분기 7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부정적인 시그널이 계속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5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25일에는 갤럭시 Z 폴드 스페셜 에디션(SE)의 출시 지연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주가는 5만 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위기를 돌파할 리더의 '뉴삼성' 화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은 아직 이렇다 할 언급을 삼가고 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추도식에서도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사과 메시지를 낸 상황에서 섣부른 메시지로 혼선을 가중하는 것보다는 차분하게 다음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대회장 추도식 당일 진행된 사장단 오찬도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문제점 파악이 됐으니 지금은 실행을 해서 개선해나가야 하는 단계"라며 "이 회장도 메시지를 내는 것보다는 행동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연말 인사를 준비하는 한편 사업장 점검과 해외 고객사 관리에 주력할 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말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2월 진행했던 인사를 앞당기는 셈이다.
이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DS 부문 임원진 교체 및 감축 등을 통해 '뉴삼성' 구현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달 1일 경기 수원시 디지털시티에서 창립 55주년 기념식을 연다. 기념식은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임직원에게 위기 극복과 관련한 당부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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