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 돕는 '이건희 유산'…이재용, 4년차 행사 직접 챙겨(종합)

이재용·홍라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 행사 참석
9521명 환아 진단, 3892명 치료…"모든 어린이 행복하게" 선대회장 유지 되새겨

다엘(11)이는 2018년 11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항임 치료 기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 지원으로 9회의 NGS-MRD 검사를 받았다. 올해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집도 하에 CAR-T (카티)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현재 회복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시작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사업을 통해 소아암·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만 1만 명에 달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2024.10.21/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시작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이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사업을 통해 소아암·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만 1만 명에 달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은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를 개최하고 사업 성과를 공유했다.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참석했다.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이 환아·가족, 사업 참여 의료진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대회장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소아암·희귀질환 1만명에 '희망'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은 2030년까지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와 연구를 지원하는 10년간의 중장기 사업이다.

이 선대회장 별세 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의료공헌에 1조 원을 기부했는데 이 중 3000억 원은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에 투입됐다.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던 이 선대회장의 유지를 따르기 위해서다. 이 선대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인 1989년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할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KH(이건희) 유산'은 지난 2021년 5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고, 전국 병원·의료진이 참여하는 사업단으로 재탄생했다. 2022년 3월부터는 △소아암 △희귀질환 △공동연구 등 3개 사업부가 꾸려져 본사업이 시작됐다.

이를 통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9521명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자들이 진단을 받았고, 3892명이 치료를 받았다. 또 2만 4608건의 코호트 데이터가 등록됐으며 전국 202개 의료기관과 1504명의 의료진이 협력해 아이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서 환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시작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사업을 통해 소아암·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만 1만 명에 달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2024.10.21/뉴스1

진단에만 십수년…이건희 기금으로 전국서 선진의료 지원

희귀질환은 유전체 이상으로 발명하는 선천성 질환이어서 국내외 환자 사례가 드물다. 많은 환아와 가족이 병명도 모른채 길게는 진단에만 십 수년을 보내야 한다.

의료진도 어려움이 많다. 유전적 질환 진단에는 큰 비용이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에 한계가 있다. 소아암 또한 치료에 많은 비용이 들어 환아와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

사업단은 소아암·희귀질환 환아를 돕기 위해 소아암 사업에 1500억 원을 배정해 완치율 향상을 위한 치료 및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아 희귀질환 진단 네트워크 및 첨단 기술 치료 플랫폼 구축 사업에 600억 원, 전국 네트워크 기반 코호트 공동연구에 900억 원이 배정됐다.

공동연구 사업부는 진단·치료 방법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전국 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환아들의 임상자료를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한 선진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이건희 기금을 통해서 유전성 장염의 우리나라 소아 코호트를 만들었고 그 연구를 통해 유전성 장염을 치료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신약 특허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시작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사업을 통해 소아암·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만 1만 명에 달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2024.10.21/뉴스1

현장 찾은 이재용·홍라희…선대회장 유지 되새겨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장(서울대 어린이병원장) 등 주요 참석자와 서울대 어린이병원 1층에 있는 이 선대회장 부조상을 관람했다.

이 선대회장 부조상은 서울대병원이 기부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뜻을 담아 2022년 10월 설치했다. 부조상 아래에는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고인의 유지가 적혀 있다.

이 선대회장과 유족의 의료 기부는 어린이를 위한 기부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의 기부 이후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등 유명 인사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이 선대회장의 4주기 관련 메시지를 낼 계획이 있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고생하셨습니다"라고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