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SK, 젊고 슬림한 조직으로…임원 줄이고 효율 제고

2년 걸쳐 고강도 임원 감축 지속…팀장급 크게 줄여 '大팀' 중심 효율화
'2인자'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빠른 리밸런싱 추진…31일 CEO 세미나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대대적인 리밸런싱(사업재편) 작업을 진행 중인 SK(034730)그룹이 예상보다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 임원 감축 규모가 최소 두자릿수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약 임원의 기준 연령도 크게 낮춰 젊은 조직으로 꾸릴 기조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연말 인사는 물론 내년까지 쇄신 인사를 계속하며 조직 군살빼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임원 비중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아 온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적 자원 효율화를 추진해 두자릿수 이상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고강도 쇄신은 연초부터 예고됐다.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은 부회장 4인을 2선으로 배치했다. 사촌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을 그룹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했다. 배터리 사업의 부진 장기화 등 경영 위기가 현실화하자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의장은 취임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고 그룹 전반의 리밸런싱 작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 활동으로 당연한 일"이라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다"는 메시지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감축뿐 아니라 기준 연령을 대폭 낮추고 젊은 조직으로 변화를 꾀한다. 올해 임원 인사의 보이지 않는 기준은 '1968년생'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56세 이상이면 퇴진이 원칙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거론됐던 1963년생보다 크게 낮다.

이미 인사 칼바람은 시작됐다. 실적 부진에 빠진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정기인사가 아닌 연중에 대표이사를 교체한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이 많았다. 그만큼 시기와 대상을 무관하게 경영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메시지다.

내부 조직체계 정리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팀장급 인원을 대폭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팀원이 적은 소규모 팀을 없애고 대(大)팀 중심으로 전환한다. 어지러운 조직을 정리하는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구조다.

오는 11월 1부로 합병하는 SK이노베이션(096770)-SK E&S의 인사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의 기존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CIC(사내 독립기업)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복된 업무와 관련한 조직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임원 정리는 당연한 수순이다. 조직 안정화와 시너지가 필요한 만큼 올해보단 내년에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 동요를 고려해 한 번에 대규모로 임원을 정리하는 대신 2년에 걸쳐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라며 "올해 임원 승진 폭도 예년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예상보다 경영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계열사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수조원을 투자한 SK온이 전기차 산업 부진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그룹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도 SK온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SK스페셜티 지분 100%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추정 금액은 4조 원이다. 같은 달 베트남 마산그룹의 유통 전문 자회사 윈커머스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약 27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달 31일 열리는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좀 더 구체화한 리밸런싱 방향성이 제시될 것"이라며 "통상 12월 진행되는 경영진 인사 발표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