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 방문…'전장' 기회선점 주문

필리핀 MLCC 공장 살펴봐…지난 6월에는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찾아
AI·로봇·전기차 시장 대응 강조…미래 먹거리 '전장' 사업 힘 실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24. 10. 6/뉴스1 ⓒ News1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삼성전기(009150) 필리핀 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에 힘을 실었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찾아 경영진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필리핀 법인은 2000년부터 정보기술(IT)용 MLCC를 생산해 왔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삼성전기는 2012년 필리핀에 MLCC 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에는 2880억 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현지 법인을 부산, 중국 톈진과 함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했다.

이 회장은 필리핀 MLCC 공장을 직접 살펴본 뒤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 선점을 강조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0년과 2022년에도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6월에는 각각 중국 톈진과 수원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을 점검했다.

이 회장이 강조한 AI와 로봇, 전기차는 삼성전기의 'Mi–RAE'(미래) 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다. 미래 프로젝트는 △전장(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AI·서버(AI·Server) △에너지(Energy)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삼성전기는 이를 통해 미래 산업 구조 전환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현지 임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24. 10. 6/뉴스1 ⓒ News1 한재준 기자

삼성전기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전장용 MLCC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전기차·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전장용 MLCC 매출 1조 달성 목표도 세웠다.

보통 스마트폰 등 IT기기에는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데 전기차는 3000~2만개의 MLCC가 필요하다. 전장용 MLCC는 고온과 외부충격 등에 강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IT용 MLCC보다 3배 이상 높아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필리핀에서 고성능 전장용 MLCC를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부산은 MLCC 핵심 소재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주도하는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고, 중국·필리핀은 IT·전장용 MLCC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MLCC를 비롯한 전장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장 사업은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 중 하나로 삼성은 삼성전자 반도체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하만 등 계열사의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 부품 가치사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량용 반도체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은 필리핀 생산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