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짜리를 83만원에…고려아연 머니게임에 '승자의 저주' 암운

MBK·영풍, 공개매수가 83만원으로 재차 인상…'최소 수량'도 없애 최윤범 회장에 맞불
영풍정밀 매수가도 3만원까지 높아져…"'미래 투자 재원' 경영권 분쟁에 쏟아부어" 지적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 확전으로 고려아연(010130)에 드리운 '승자의 저주'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조 단위의 차입금을 투입하면서 누가 이기더라도 고려아연의 미래성장동력 투자 여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최 회장 측은 4일 예고했던 자사주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최소 매입수량 조건을 없앴다.

고려아연은 당초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121만 5283주(5.87%)에 미달하는 경우 응모 주식을 취득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이날 오전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면서는 이를 삭제했다. 응모가 저조할 경우 공개매수가 실패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면서 참여 유인을 높인 것이다.

당초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83만 원으로 기존의 MBK·영풍 측(75만 원)보다 높게 책정했고 최대 매입수량 조건도 15.5%(베인캐피탈 포함 시 18%)로 MBK·영풍 측(14.61%)보다 많게 잡았다.

하지만 MBK·영풍이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고려아연 경영진이 취득할 수 있는 자사주 규모도 586억 원에 불과하다며 흔들기에 나서자 주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측은 취득 가능한 자사주가 금액 기준 6조 원을 넘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MBK·영풍 측은 이날 오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공개매수 가격을 고려아연 측과 동일한 주당 83만 원으로 책정하고 기존에 설정했던 6.98%의 최소 매입수량 조건도 삭제했다.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하며 최 회장 측과 조건을 동일하게 맞춘 것이다.

추가 확전 가능성도 농후하다.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영풍정밀(036560) 대항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지 여부를 7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2만 5000원에서 최 회장 측과 같은 3만 원으로 또 한번 인상하면서 추가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MBK가 당초 제시한 매수 가격은 2만 원이었다.

영풍정밀은 최 씨 일가의 지분이 영풍 장 씨 일가보다 많고 최윤범 회장의 작은아버지 최창규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어, 고려아연과 함께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 타깃이 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과 함께 수량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량이 25%로 MBK·영풍 측(43.43%)에 밀려, 주주 입장에선 MBK 측 청약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양측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누가 경영권을 확보하든 고려아연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는 더욱 짙어졌다. 양측 모두 경쟁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당초 50만 원대였던 주가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대거 사들이겠다는 계획인데, 이 경우 쏟아붓는 자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이를 위해 급하게 자금을 끌어오느라 높은 금리까지 지불해야 하는 만큼 향후 누가 회사를 경영하더라도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 여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MBK는 이날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투입 금액을 기존 2조 2612억 원에서 2조 5024억 원으로 높였다. NH투자증권으로부터 고정 금리 5.7%, 9개월 만기 조건으로 차입금을 1조 5785억 원으로 확대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자기자금 1조 5000억여 원에 차입금 1조 2000억여 원을 더한 2조 7000억 원가량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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