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반격' 최윤범 직접 등판…"영풍도 매수 응하라" 역제안(종합2보)
이사회 주재 후 기자회견 참석…"고려아연 가치 생각하면 공개매수가 83만원 비싸지 않아"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진정성 강조…"경영권 내줄까도 고려했지만 회사 미래 우려해 행동"
- 박종홍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최동현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은 2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본격적으로 단행하기로 결정하며 MBK파트너스·영풍(000670)의 경영권 인수 시도 방어에 나섰다. 직접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 회장은 공개매수가 단순히 최 씨 일가의 경영권 방어가 아닌 전체 주주를 위한 일이라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이사회를 주재해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취득 및 취득 자사주에 대한 전량 소각 안건을 의결한 뒤,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금액 75만 원보다 10% 가량 높은 금액이다. 고려아연은 전체 발행 주식의 15.5%에 해당하는 주식 320만 9009주를 총 2조 6635억 원을 들여 매수하는데 해당 주식을 향후 전량 소각해 주주환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내용도 공시했다. 금융기관 차입금 차입약정한도 금액 1조 7000억 원을 더하면 고려아연이 공시한 단기 차입금 증가액은 2조 7000억 원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에는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우군으로 참전한다.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지분 2.5%를 확보하기 위해 4300억 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려는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의 18%, 투입 금액은 3조 1000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모두발언에 앞서 최 회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고려아연이 지금과 같은 혼란과 분쟁의 한가운데 처하게 돼 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및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공개매수 가격에 대해선 "주당 83만 원은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영진이 적정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배임에 해당한다'는 MBK·영풍의 주장을 감안한 것이다. 또한 최 회장은 "강성두 영풍 사장이 고려아연의 잠재 가치는 120만 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MBK·영풍의 여러 주장 중 거의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18%라는 공개매수 물량에 대해선 "(경영권 방어에 필수적인) 7~8% 정도의 주식을 확실히 매입하기 위해서"라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부터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단순히 단일 최대주주인 영풍이나 장 씨 일가 소유물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는 "영풍과 MBK에 경영권을 내어주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했지만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확신했다"고 발언하며 공개매수의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주장도 거듭했다.
최 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인을 '회장'이 아닌 '이사회 의장'으로 소개한 것도 '고려아연이 영풍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제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이유는 주주여서도 아니고 제 성이 최 씨여서도 아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 전체 주주 총의에 기반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있다"며 "적대적 M&A(인수합병)로부터 공개매수 등의 정당한 방어 조치를 취하는 것은 회사와 전체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풍이 대주주라 고려아연 주인이라 하는데 주식회사라는 개념과, 주주를 대변하는 이사회와 이사회 권한을 받은 경영진 등의 개념을 생각할 때 전혀 동의할 수 없다. 25% 주주(영풍)가 상장된 법인(고려아연)의 주인이라면 나머지 75% 주주들은 종이냐"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영풍 또한 고려아연 주주로서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며 영풍과 장형진 고문을 향해 공개매수에 응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영풍이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영풍의 중대재해 및 환경오염 방지, 투자 확대 등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석포제련소의 현안 해결에 도움을 줄 준비가 됐다"고 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75년 동업 관계를 청산하고 끝장 대결을 펴는 상황에서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필요하면 영풍을 돕겠다는 발언이 화해 제스쳐냐'는 질문에 "화해 제스쳐"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환경오염이나 중대재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영풍의 사정을 재차 부각하는 한편, 영풍과 MBK 연합에 균열을 낸다는 전략도 깔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장형진 고문을 향해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 장 고문이 오해하거나 기분 나쁜 게 있었다면 어린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다"면서도 "고려아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MBK·영풍 측이 거듭 가처분 신청을 내고 자사주 공개매수 저지에 나선 것에 대해선 "(앞서 제기한) 가처분의 상당 부분 재탕이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투자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생각된다"며 "투자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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