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울산시에 호주 정계도 팔걷었다…고려아연 백기사 밀물

최대주주 영풍, MBK파트너스 손잡고 최씨 일가로부터 경영권 확보 나서…고려아연 "中 자본의 약탈적 M&A" 여론전
제련소 있는 호주에서도 '사모펀드 경영권 인수' 우려…'崔 우호지분' 한화·LG·현대차 및 국민연금은 아직 말 아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의 적법한 권리'를 내세우며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나서자, 고려아연뿐 아니라 울산시와 소액주주가 '국가기간산업을 지키자'며 고려아연 편에 섰다.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호주 정계까지 나서 사모펀드의 경영권 확보에 반대하는 등 파장이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는 명백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며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약탈적 기업사냥"이라며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성공하면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이 중국 배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피해자가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회까지 열며 인수 반대에 나섰다. 노조는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노동자의 안위는 뒷전"이라며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설립한 영풍그룹은 70년 넘게 장 씨(영풍)와 최 씨(고려아연)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2022년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신사업 확장이나 배당 정책 등 경영전략을 놓고 영풍 측과 갈등이 커지면서 지분 경쟁을 벌인 끝에 결별 수순을 밟아왔다.

올해 초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최 회장 측이 판정승을 거둔 이후 결별이 가속화하는 모습이었으나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서면서 재차 분쟁이 불거졌다.

지난 12일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영풍 측(고려아연 지분 33.13%)이 MBK파트너스에 지분 '절반+1주'를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고 13일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1%에 대한 공개 매수에 나섰다. 예고한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총 지분은 최대 47.74%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 최고경영자 교체 등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고려아연 사업장이 위치한 울산시도 발끈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추석 연휴 기간인 16일 성명을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한 뒤 18일엔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시민의 고려아연 주식 사기 운동'을 펴 경영권 방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울산시의회 의원 22명도 연휴 기간 "울산 고용 시장과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고려아연이 울산 내에서 50여년 간 운영한 온산제련소 직원들의 고용 안정이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

중앙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자칫 중국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 이탈도 가속화할 수 있다"며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고려아연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소관하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다.

호주에서도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1990년대부터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에서 제련소 선메탈을 건설해 운영해 온 고려아연에 신뢰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타운즈빌 기업협회는 지역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고, 밥 캐터 연방 의원은 총리에게 상황을 알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가 개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도 "현대차, LG화학, 한화와 배터리 동맹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펼쳐가는 중이라 소액주주로서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차나 LG, 한화 등은 최윤범 회장 우호세력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아직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한화나 현대차, LG화학은 각각 고려아연 지분 7.8%, 5.0%, 1.9%를 가지고 있어 지분이 적은 최 회장 입장에선 해당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대기업들에 대해 "최 회장 우호 지분이 아닌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이다. (경영권 확보 후) 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지역 정계와 노조의 반대에 대해선 "울산에 내려가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지분 약 7.8%를 보유한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아직 이번 사태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과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배당안 등을 놓고 표대결을 벌일 당시 고려아연 손을 들어준 바 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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