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판단" 한경협 회비…삼성전자 이사회 후 계열사들 동참 전망

삼성 준감위, 한경협 회비 조건부 승인…"정경유착 시 즉시 탈퇴"
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4개사 한경협 가입…"35억원 나눠낼 듯"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 회비 납부를 결정했다. 그룹 준법경영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회비 납부 여부를 계열사 자율 판단에 맡기기로 했는데 삼성전자를 비롯해 회원사로 등록된 계열사 모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전날(26일) 정례회의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를 계열사 자율 판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경협 회원사 복귀 후 회비 납부를 결정한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과 달리 삼성그룹은 회원사로 돌아온 후에도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지 못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전날에도 회의에 앞서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며 김병준 한경협 고문을 직격하기도 했다.

김 고문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일했다. 사실상 김 고문의 용퇴 없이는 회비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하지만 준감위는 전날 회의에서 논의 끝에 한경협 회원사로서의 완전한 복귀를 선택했다. 대신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될 경우 즉시 탈퇴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News1

현재 한경협 회원사로 등록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005930)·삼성SDI(006400)·삼성생명보험(032830)·삼성화재해상보험(000810)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한경협에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준감위는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회비 납부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는데 삼성전자의 결정 이후 나머지 계열사도 동참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회비를 납부한다면 삼성 계열사 모두가 나눠서 낼 것"이라며 "같은 회원사인데 특정 기업만 부담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경협이 청구한 연회비는 4대그룹 공히 35억 원이다. 각 계열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비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외 후원금 운영 투명성 강화' 방안을 통해 10억 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지출을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변수가 없다면 계열사의 회비 납부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