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현대상선 굿바이"…HD현대, 18년만에 HMM 주식 전량 처분

2006년 지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과 '형수-시동생' 경영권 분쟁 번져
940억원 규모 주식 100% 매도 공시…"인수 의지 완전히 접어" 관측

HMM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김종윤 기자 = HD현대(267250)가 보유하고 있던 HMM(옛 현대상선)(011200) 주식 940억 원어치를 전량 매각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HMM 주식 338만 475주를 661억 9000만 원에 매각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HD현대삼호(067030)도 HMM 주식 149만 7024주를 276억 5500만 원에 처분했다.

이는 2006년 당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이 취득했던 현대상선 지분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4950억 원을 들여 당시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지분 26.7%를 확보하면서 현대가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그 시동생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처한 현대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현대상선의 백기사로 역할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백기사로만 보기엔 대규모 매수라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당시 현대상선 지분 6.26%를 보유하고 있던 범현대가 KCC와 현대중공업이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2013년 현대그룹 측이 현대중공업 측 지분을 희석하기 위해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통과시키고 일단락됐다. 이후 해운업계 경영 환경 악화로 현대상선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며 한국산업은행으로 넘어가 국유화됐고, HMM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에도 HD현대는 정부가 세계 8위 해운사로 경영 정상화를 이룬 HMM 매각을 추진하면서 잠재적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산을 이어받는다는 상징적 의미에다, 주력인 조선업과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번 HD현대의 지분 매각으로 HMM 인수 의지를 완전히 접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HMM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2월 결렬돼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번 주식 매각에 대해 HD현대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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