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만에 고국 찾은 '백제의 미소'…이재용 5번 봤다는 전시회
용인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展…불교미술 92점 중 절반이 국내 첫 공개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3대 걸친 삼성의 문화공헌 결실…16일까지 전시
- 한재준 기자
(용인=뉴스1) 한재준 기자 = '백제의 미소'를 머금은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불교 조각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힌다. 양성(兩性)의 얼굴을 지닌 단아한 조각상을 보는 것만으로 7세기 백제 미술의 전성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展)을 통해 9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지난 1929년 대구에서 열린 신라예술품전람회 출품 이후 처음이다.
지난 1907년 충남 부여 한 절터에서 농부에 의해 불상 두 점이 발견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금동관음보살입상이다. 해당 불상은 과거 일본으로 반출돼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나머지 한 점은 국보 제293호로 지정돼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4일 호암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3월27일 시작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은 오는 16일 막을 내린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도 전시회를 끝으로 일본으로 돌아간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불교 미술에 등장하는 여성을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이자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 작품을 한데 모은 대규모 기획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미국·유럽 소재 27개 컬렉션의 불교미술 걸작품 9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92점 중 국내에 처음 들어온 작품은 47점에 달한다. 호암미술관이 이들 작품을 모으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전시회에는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물론 전 세계에 6점만 남은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 '나전 국당초문 경함'과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도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작품 4점도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세계 유수의 불교 미술 명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인 만큼 지금까지 6만 명이 호암미술관을 찾았다. 하루 평균 1000명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사업 미팅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에게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전시회를 5번이나 찾았다. 호암미술관을 방문한 일행에게 디지털 돋보기를 활용해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 불교 미술 걸작이 대거 전시될 수 있었던 건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3대째 이어져 온 삼성의 문화공헌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창업회장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일조하자는 취지로 지난 1982년 호암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개인의 소장품이라고는 하나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영구히 보존해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창업회장의 철학을 이어받아 이건희 선대회장은 리움미술관을 개관해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백남준·이우환·백건우 등 한국 예술인의 해외 활동을 후원했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환수에도 적극적이었다. 이 선대회장은 '정말 좋은 작품이면 돈을 들여서라도 사야 한다. 중요한 작품은 환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궁중숭불도 등 이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창업회장이 만든 호암미술관에 돌아와 전시된 것도 이러한 철학이 바탕이 됐다.
이재용 회장은 선대회장이 수십년간 모아 온 작품 2만 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해 선대의 문화예술 철학을 이어오고 있다. 기증 문화재에는 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도 포함됐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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