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巨木 가셨다"…이재용·정의선도 故조석래 '조문행렬'(종합)

이재용·홍라희·이서현 삼성家 조문…2시간반 머무르며 효성家 위로
정의선·최창원·한덕수 정·재계 발길…'의절' 둘째아들도 父빈소 찾아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효성그룹 제공) 2024.3.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재계의 거목(巨木)이 가셔서 손실이 크다"(김윤 삼양사 회장)

"한미 우호에 크게 기여한 존경하는 기업인"(한덕수 국무총리)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고(故) 조석래 효성(004800)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 첫날인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재계 인사들은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등 효성가(家)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재용 회장은 빈소에 30분간 머무르며 '절친'인 조현준 회장을 위로했고, 10년 전 고인과 의절했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부친의 빈소를 찾았다.

◇'절친' 이재용 회장, 30분 위로…정의선·최창원 총수들도 '발길'

삼성·SK·현대자동차 등 재계 서열 3순위 그룹 총수 및 경영진은 이날 일제히 빈소를 조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빈소를 차리자마자 가장 먼저 찾았고, 이재용 회장의 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부부도 빈소를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빈소를 찾아 30분간 머무르며 유족을 위로했다. 이재용 회장은 조현준 효성 회장과 1968년생 동갑으로 유년 시절 왕래하며 친분을 쌓고, 경기초등학교와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함께 수학했던 '절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빈소에 도착하고 있다. 2024.3.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효성그룹과 삼성그룹의 인연은 재계 내에서도 유명하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은 해방 후인 1948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공동 출자해 삼성물산공사(현 삼성물산)를 만들었고, 15년간 제일모직 부사장, 제일제당 사장을 맡으며 삼성을 당대 국내 최고 기업의 위치에 올려놨다.

홍라희 전 관장은 이 회장이 떠난 후에도 2시간 넘게 빈소에 더 머무르며 유가족을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과 조석래 명예회장의 부인인 송광자 여사와 서울대 미대 동창으로 평소 친분이 깊었다고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도 이날 오후 부인 정지선 여사와 빈소를 찾아 40분간 머무르며 유족을 위로했다. 정 회장은 조문 후 취재진과 만나 고인에 대해 "좋은 분이셨고, 아주 잘해 주셨다"며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역시 이날 빈소에서 30분 넘게 머무르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최 의장은 조문 후 취재진과 만나 고인에 대해 "훌륭한 분이셨다. 이 산업계에 큰 영향을 주셨다"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3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떠나고 있다.(공동취재단)/뉴스1

◇범효성가 한자리에…10년 전 의절한 차남, 빈소 찾아 5분 머물러

'범(凡)효성가'가 한자리에 모인 점도 관심을 모았다. 효성그룹은 장남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을, 차남 조양래 명예회장이 한국타이어(현 한국앤컴퍼니그룹), 삼남 조욱래 회장이 대전피혁(현 DSDL)를 각각 물려받았는데, 40년간 별다른 왕래 없이 '조용한 경영'을 이어왔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1시20분쯤 차남인 조현범 회장과 함께 빈소를 찾아 1시간가량 유가족을 위로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전날(29일) 타계한 맏형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을 가슴 아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범 회장은 조문 후 "아버지께서 막바지에 형님(고인)을 보지 못했다"며 "옛날 사진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시며 그리워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나마 조금 좋은 곳에 가서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고인과 의절했던 둘째 아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도 이날 조용히 부친의 빈소를 다녀갔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수행원과 함께 빈소를 찾아 5분간 머물렀다. 지난 2014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연을 끊은 후 10년 만에 '효성 3형제'가 다시 얼굴을 맞댄 것이다.

정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우호 관계를 맺는 데 굉장한 기여를 하고, 경제계를 살리기 위한 규제개혁 등 많은 일을 하셨다"며 "제가 항상 존경하는 기업인이셨다"고 말했다.

한 총리 외에도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윤 삼양홀딩스(000070) 회장, 이우현 OCI홀딩스(010060) 회장, 김영무 법무법인 김앤장 대표, 최준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 정·재계 인사들이 잇달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30일 부친인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조문한 후 떠나고 있다.2024.3.30/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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